9월1일은 전세계 환경단체들이 정한 ‘일본 돌고래의 날’입니다. 올해는 세계 90개의 도시에서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의 다이지(太地町) 돌고래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동시에 개최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오전 동물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의 과학조사를 빙자한 돌고래 학살을 규탄하는 행사(사진)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의 돌고래 포획을 반대하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학살 당하는 돌고래를 위한 연주가 열렸고, 일본 대사관에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일본 다이지에서는 매년 9월 1일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돌고래를 잡습니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에서 일본의 돌고래 학살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어부들은 돌고래를 작은 만(灣)에 몰아넣고 작살로 찍어 올립니다. 살려고 발버둥 치던 돌고래들은 잠잠해지고 축구장 서너 개 넓이의 바다는 순식간에 핏빛이 됩니다. 해마다 이렇게 학살당하는 돌고래만 약 2,000마리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잡힌 돌고래는 식용고기로 또 다른 나라 수족관의 수출용으로 팔려나가게 됩니다.
다이지의 돌고래 포획은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깊습니다. 제돌이 방류 이후에도 한국의 수족관이나 돌고래 쇼장에 전시되어 있는 51마리의 돌고래 가운데 33마리가 다이지에서 잡혀온 큰돌고래이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국제적 비난을 사면서도 일본의 자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특히 올해 4월1일 국제사법재판소가 일본의 남극해 포경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북태평양 등에서 고래잡이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서 “상업 포경이 재개되도록 주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죠.
동물단체들은 고래류는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앞으로 고래들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나 개체수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는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금지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약속이라고 말합니다.
IQ가 70~80에 달하는 돌고래를 수족관에 가둬 기르는 것은 사람이 평생 침대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죠. 이미 우리나라는 제돌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면서 고래류가 살아 가야할 곳은 좁은 수족관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늘어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돌이가 방류된 이후 오히려 25마리의 돌고래가 수입됐다고 하네요.
동물단체들은 국내에서도 다이지에서 잡혀온 돌고래의 전시와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아야 돌고래들이 다시 바다에서 잡혀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족관에서 공연하는 게 아닌 바다에서 살아가는 진짜 돌고래를 보고 싶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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