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블랙 감독 혀 내둘러
"거액 주고 데려온 이유 알겠다"
적장(敵將)까지 감탄했다.
버드 블랙(57) 샌디에이고 감독은 1일 LA 다저스 전이 끝난 뒤 류현진(27)에 대해 이례적으로 장황한 설명을 쏟아냈다. 그는 “류현진이야 말로 정말 완벽한 투수(truly a complete pitcher)”라며 “섞어 던지는 4가지 구종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블랙 감독은 “빠른 패스트볼은 다트처럼 정확했다. 제구가 잘 되는 슬라이더도 시속 80마일대에 달하면서 급격히 꺾였다”며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마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다저스가 이유 없이 많은 돈을 주고 류현진을 데려온 것이 아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블랙 감독은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왼손 투수 출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뛰며 121승116패에 11세이브, 3.84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LA 에인절스 투수 코치 시절 명망 높은 투수 조련사였던 그는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투수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런 블랙 감독이 류현진에게 홀딱 반했다. 4가지 구종을 완벽하게 던지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도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총 84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직구 최고 시속이 95마일(153㎞), 스트라이크가 57개였다. 직구는 47개 던졌으며, 커브 18개 슬라이더 11개 체인지업을 8개 뿌렸다. 경기 후 “몸 상태가 최고였다. 원하는 대로 공이 들어갔다”고 자평할 정도로 이른바‘긁히는 날’이었다.
특히 커브를 아주 잘 활용했다. 통상 타자들은 빠른 공 뒤에 이어지는 커브에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이용철 KBS N 해설위원은 “타자가 정타로 연결하기 가장 힘들어 하는 구종이 바로 커브”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직구 스피드가 153㎞까지 나오고 슬라이더 평균 시속은 141㎞에 육박한다. 상대 타자들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71마일(114㎞)~76마일(122㎞)짜리 커브가 눈 앞에서 뚝 떨어지니 허공에 방망이를 돌리기 바빴다.
볼 배합도 좋았다. 류현진은 지난 7월14일 맞대결에서 변화구 위주로 샌디에이고 타자를 상대했다. 92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 30%, 슬라이더 23%, 커브 23%, 체인지업 24%의 비율을 보였다. 당시 성적은 6이닝 2안타 무실점, 10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날은 직구의 비중이 올라갔다. 몸 상태에 자신 있다 보니 빠른 공으로 윽박지른 뒤 유리한 카운트에서 요긴하게 변화구를 던졌다. 비율로 보면 직구 56%, 슬라이더 13%, 커브 21%, 체인지업 10%. 2012년까지 SK 유니폼을 입고 류현진을 상대한 정근우(한화)는 “류현진의 직구는 살벌하다. 체인지업 등 다른 변화구가 통하는 건 최고의 직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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