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료집단 '불투명성', 통상현안 제기 가능성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에게 한국 사회 특유의 비리 구조와 대형 사고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라는 내용을 담은 시장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한국 관료집단의 불투명한 행태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명기된 투자보장과 원산지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를 주요 통상현안으로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정부는 1일 공개한 ‘한국의 기업환경’(Doing Business in Korea) 자료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보안ㆍ안전부문 시장에서 최근 7~10년 이래 가장 큰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책으로 제시한 국가재난안전처가 예정대로 신설될 경우 2억달러(2,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재난 훈련센터가 지어지는 걸 겨냥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한국 사회 전반에서 안전요구가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투자환경 변화라고 지적했다.
미국 업체가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한국 무기시장에서 ‘군피아’로 불리는 퇴역 한국군 장성을 통한 로비의 중요성도 강조하며 자국 기업에 이들을 적극 영입할 것도 권고했다.
미국 국무부 등은 보고서에서 미국 무기업체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상할 대리인으로 명망 있는 전직 육ㆍ해ㆍ공군 장성을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유능한 (군피아 출신)대리인은 미국 무기업체와 판매상에게 한국 정부가 정한 무기구매 관련 정보와 구매 계획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2년 약 20억달러의 무기를 외국에서 수입했는데 군피아 출신 대리인의 활약 및 한미 군사동맹에 따른 무기체계 호환 필요성 등 이유로 이 가운데 미국 무기가 86%인 19억3,100만달러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는 또 박근혜 정부의 규제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다양한 규제에 직면해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 FTA가 규정한 투자보장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한국 관료집단이 서류로 근거를 남기지 않은 채 구두나 비공식적 지침을 통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원산지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바람에 당초 한미 FTA의 수혜가 예상됐던 미국 기업들이 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지속적 협의를 벌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미 FTA 2년 시행 결과, 적자 폭이 확대되자 미국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 수준을 전방위로 높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수차례 개정했는데도 한국에서 재벌그룹이 여전히 불투명한 족벌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재벌과 정부의 유착으로 외국기업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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