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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겨냥 고강도 압박 뒤 설익은 정책 신생기업 돈줄 벤처투자업계도 보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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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겨냥 고강도 압박 뒤 설익은 정책 신생기업 돈줄 벤처투자업계도 보신주의

입력
2014.09.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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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투자 1위 한화인베스트먼트 올 들어 사업 철수 분위기 역력

투자금 몰리는 기업 일부 국한, 여전히 높은 보증의 벽도 개선 대상

정부의 압박은 주로 은행권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그간 기술ㆍ창조금융 지원을 담당해 온 분야에서도 자금이 절실한 창업가들은 여전히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정작 필요한 곳에는 닿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신생기업들이 가장 먼저 투자유치를 위해 문을 두드리는 벤처캐피탈 업계. 지난해 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 실적을 기록한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올 들어 사업 철수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속적인 벤처 지원을 위해서는 꾸준히 신규 펀드를 만들어야 투자 재원도 보충되고 운영 자금도 유지되지만 이 회사는 벌써 3년째 새 펀드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벤처투자업을 조용히 접는 대신 사모투자업(PEF)으로 옮겨가려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10여개 펀드들을 현상유지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운용인력 동요 등으로 현재 투자 중인 벤처기업 지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 회사의 펀드에는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 공공 성격의 투자금이 70%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들 투자자들도 앞으로 펀드가 제대로 운용될 지 걱정하면서 운용 인력의 변동 여부만 지켜보는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투자금이 안정기에 접어든 회사로만 몰리는 보신주의도 문제다. 올 상반기 국내 벤처캐피탈사가 투자한 6,658억원 중 창업 후 7년이 넘은 이른바 ‘중고 회사’에 대한 투자(후기 투자) 비중은 무려 52.3%에 달했다. 투자 대상 가운데는 네이버처럼 굴지의 대기업까지 있는데 이런 후기 투자 비중은 매년 상승 추세다. 반면, 업력 3년 이하인 진정한 의미의 벤처사에 대한 투자(초기 투자) 비중은 2012년 상반기 27.6%에서 올 상반기 25.4%까지 줄었다. 업계 전체 투자액의 44%를 차지하는 상위 10개사의 경우, 초기 투자 비중이 고작 14.3%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작 정부가 창조금융의 분위기를 일신해야 할 곳은 벤처투자업계”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높은 보증의 벽도 개선 대상이다.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을 위해 기술ㆍ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보증 지원을 받아야 한다. 개인 연대보증제도는 얼마 전 전면 폐지됐지만 폐지 이전 계약을 맺은 경우는 매년 갱신 때마다 여전히 연대보증을 해야 한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기보나 신보가 심사는 심사대로 하면서 사업이 실패하면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결국 기업에만 리스크를 떠안기는 것 아니냐”며 “연대 보증을 서게 되면 아무래도 사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보와 기보의 심사기준이 매출로 한정돼 있는 점도 일종의 보신주의로 지적 받는다. 창립 40년이 넘은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는 올 초 신보에 3억원의 보증 지원을 신청했다가 매출 하락을 이유로 대출한도가 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사업능력이나 지속성, 자산 등 평가항목이 많은데도 매출만 갖고 대출한도를 대폭 줄였다”며 “경기에 민감한 사업 특성도 감안해줘야 하는데 무조건 실적만 따지는 관행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출 심사의 전문성도 문제다. 한 중소 IT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모바일 서비스를 주로 하는데 기술평가를 맡은 심사위원은 IT네트워크 전문가였다”라며 “IT업종도 분야가 다양한데 비전문가가 한도를 결정하다 보니 대출액이 생각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매출액과 신용보증서 위주의 대출 관행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점점 늘고 있다”며 “다양한 업권과 심사과정마다 남아 있는 보신주의 관행을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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