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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의 보수화 물결에 숨겨진 위험

입력
2014.08.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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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식이 공부 잘하는 걸 바라지 않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 그러나 무리해서라도 자녀의 학습량을 늘리고 교육 여건을 개선해 주려는 경향을 놓고 따진다면, 학부모의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보수적인 부모일수록 아들ㆍ딸 의지와 상관없이 공부를 더 시키려 하고, 진보적일수록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 미국 교육은 확실히 보수화하고 있다. 9월부터 시작하는 2014~15학년도를 앞두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늘리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수도 워싱턴DC 연방 정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거주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교육청은 이번 학년도부터 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주당 4시간이나 늘렸다. 지난 학년도까지는 월요일에는 오전 수업만 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으나, 이제는 오후 4시까지 공부를 시킬 예정이다. 교육청은 학부모에게 배포한 안내문에서 “수업시간 변경의 가장 큰 이유는 학습시간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무상급식 때문에 교육예산이 부족하다지만, 페어팩스 교육당국은 558만달러(60억원)를 들여 스쿨버스 46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버스가 부족해 초ㆍ중ㆍ고교생을 순차적으로 통학시키려다 보니 고교생은 새벽 6시에 버스를 타야 했다. 교육청은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했던 고교생들이 2시간 더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됐으며, 그만큼 더 맑은 정신에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현저히 떨어진 미국에서는 보수화 흐름이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직 두 달이 더 남았지만, 11월4일 치러지는 중간 선거에서 보수 정당(공화당)이 승리를 거둬 상원과 하원을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2월과 3월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은 절반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27일에는 68%까지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공화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을 58%로 분석했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상원 총 100석 가운데 51대49(21%)나, 52대48(19%)로 공화당이 상원 장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민주당이 공화당과 동수(50석)를 이룬 뒤 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상원을 지켜낼 가능성은 17%로 예상했다.

실제로 각 주의 선거 판세는 공화당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차지한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 몬태나에서 공화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며, 통계학적으로는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 루이지애나와 아칸소,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유권자들의 보수성향이 심화하면서 현재로서는 공화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대표적 지한파 의원인 마크 베기치(알래스카) 의원은 정통 알래스카 출신이라는 점만 강조할 뿐 공화당 후보의 공약검증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궁여지책에 매달릴 정도다.

일부 독자들은 ‘남의 나라에 너무 신경 쓰는 것 아니냐’고도 하겠지만, 그 나라가 미국이면 얘기는 다르다. 우리의 사활적 안보 이익인 대북 관계를 설정하는 이 나라의 역대 행정부가 지금처럼 중간선거에서 패색이 짙을 때마다 정책 변경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 국무부 대북 라인이 새 진용을 갖춘 시점에 맞춰 북한 외무상이 15년만에 뉴욕을 찾고 북미 접촉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는 걸 ‘오비이락’으로 돌리기 어렵다. 중동에서 미국 기자가 참수돼 체면을 구긴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특사가 억류됐던 미국인 3명과 비행기를 내리는 장면이 갑자기 TV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우리 안보당국은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꽤 두터운 청구서를 받아 들 수도 있다.

조철환 워싱턴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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