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전 국민 암등록통계, 전 세계서 우리나라만 갖춰
암유전체 지도 구축사업 등 첨단 분야 연구 역량에 박차
환자별 맞춤치료서 더 나아가 맞춤식 조기검진으로 암 극복
암 통계 관리에서 우리처럼 체계적이고 발빠른 나라도 드물다. 암 발생률, 사망률, 유병률 등 암 데이터(국가암등록통계)를 온국민을 대상으로, 2년마다 집계해 발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가 유일하다. 전국 어디서든지 병원에서 암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이는 즉각 국립암센터 산하 중앙암등록본부에 통보된다. 통계청에 사인이 암인 사망 사례가 보고되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암 진료비가 청구되는 경우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사업부 직원은 이를 이미 보고된 암 데이터와 일일이 대조, 누락이나 중복을 막는다.
암 관리와 치료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둬온 국립암센터가 첨단 분야 연구개발 역량을 더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처럼 국제적 권위의 암 싱크탱크로 올라선다.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60)은 지난달 29일 본보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는 암 관리와 관련한 정책 입안, 사업 수행 능력 등 노하우를 국제암연구소(IARC)에 전수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며 “암 유전체 지도구축사업과 같은 첨단 분야 연구역량을 보완하고 NCI, 미국국립보건원(NIH) 등을 벤치마킹해 세계 최고 암 연구 중심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과 함암표적 발굴을 위한 암 발생 기전 연구, 최첨단 진료 인프라 구축 등 사업을 활발히 펼쳐 암의 공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국립암센터는 암연구소, 부속병원, 암관리사업본부, 국제암대학원대학교를 산하에 두고 있다. 이강현 원장은 지난 7월 전임 이진수 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립암센터 6대 원장에 취임했다.
암 치료 수준은 흔히 5년생존율로 평가한다. 국내 모든 암의 5년생존율은 66.3%로 암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이 원장은 “현 의학수준으로 암이 조기에만 진단된다면 대부분을 완치시킬 수 있다.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국립암센터는 주요 암에 대한 조기진단과 검진 지침을 관련 학회,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연구,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과잉진료 논란이 불거진 갑상선암에 대한 검진 지침(전문가용) 초안을 발표, 추가 의견수렴 중으로 10월께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의 선제적 유방 절제 사례에서 보듯, 최근 들어 암 진단과 치료는 첨단 유전자 분석기술에 바탕한 맞춤치료로 나아가고 있다. 치료제 에서도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표적치료제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 원장은 맞춤치료에서 더 나아가 ‘맞춤식 조기검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일 중요한게 조기진단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각자 자신이 어떤 암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 미리 알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국내 손꼽히는 전립선암 전문가로, 그동안 전립선암 조기진단을 위한 암 표지자 개발과 전립선암에 대한 유전자 분석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전립선암에 대해 그는 “한국인에서 갑상선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이라며 “진단 당시 이미 암이 전이된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높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내 전립선암의 경우 절반 이상이 악성도가 높은 공격적인 암으로 드러났다”며 “암세포의 악성도가 높은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진단기술 개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병원들이 암센터 설립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암전문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다학제적 협진에 기반한 암센터 체제를 처음으로 도입해 국내 암 진료에 변화 바람을 불러온 바 있다”며 “미국 엠디앤더슨이나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처럼 암 연구와 치료를 지금보다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원장은 “창조적 혁신 노력을 통해 국립암센터를 세계 권위의 기관으로 키워내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국가브랜드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강현 원장은?
1980년 서울대의대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UCLA메디컬센터와 독일 마인츠대에서 공부했다. 서울의대 비뇨기과 초빙교수 재직 당시 국립암센터 설립에 참여했고 이어 전립선암센터장, 이행성임상제2연구부장, 부속병원장 등을 거쳤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에 혈액종양내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적 협진 시스템을 암 치료에 도입했다. 전립선암에 대한 유전자 분석 연구에 관심이 많아 혈액순환종양세포(CTC, Circulating Tumor Cell) 연구를 통해 이 세포를 가진 경우 암 재발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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