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거둬들였다. 북측 손광호 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그제 밤 조선중앙텔레비전 대담 프로에 나와 이번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 이유를 우리측에 돌렸다. 남측이 북측 응원단을 대남 정치공작대니, 응원단 규모가 어떻다느니, 공화국(북한) 국기 크기가 어떻다느니, 심지어 비용문제까지 거론하는 등 시비를 거는 조건에서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응원단 불참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우리측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왜곡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편의 제공 문제는 국제관례를 따른다며 북측의 억지를 탓하기에 앞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측의 응원단 파견을 견인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들의 어려운 형편을 애써 감추며 드러내놓고 남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를 매우 꺼리는 북한이다. 그런 북측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대화와 교류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경위야 어찌됐든 북측 응원단 파견 무산은 우리에게도 손해다. 당장 인천아시안게임의 흥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개막 20일을 앞두고 있는 인천아시안게임은 예매율이 20%를 밑돌 정도로 저조하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북한의 미녀응원단 덕을 톡톡히 봤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측도 북한 응원단의 흥행 효과를 상당히 기대했을 텐데 실망이 클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여지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북측 선수단 273명 참가는 확정됐지만 경기장 밖의 응원단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은 호전과 악화의 신호가 교차하는 혼란스러운 상태다. 미국 백악관과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시작 이틀 전인 16일 군용기 편으로 평양을 극비 방문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북측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외에 핵과 미사일 문제 등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가시적 성과는 없는 것 같다지만 북미 관계에 모종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측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어제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대화 운운하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우롱이자 기만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하지만 UFG훈련 기간에는 위협했던 것과는 달리 물리적 도발은 하지 않았다. 남측을 비난하면서도 대화 여건 조성을 압박하는 양면전술로 보인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북측 공세의 속셈을 정확히 간파하면서 국면전환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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