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거점 등 정보 파악 수개월 예상… 동맹국 규합 난항·보복테러도 우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는 28일 국가안보회의에 앞서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는 일의 순서를 뒤바꿔 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아직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라크에 있는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의 거점 공격은 계속하되, 시리아 내 IS 공격은 동맹국들과 정치ㆍ외교적 협조를 얻어 단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바마의 발언은 25일 미군의 시리아 정찰비행을 허가하고 국방부에 29일까지 공습계획 수립을 지시하면서,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팽배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오바마가 3일 만에 신중론으로 갑자기 돌아선 이유는 무엇보다 시리아 공습에 필요한 정보 확충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문제가 거론된다. 시리아 내 IS거점 파악과, 시리아의 방공망을 피해 공격하는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신 외교독트린인 다자 개입주의가 적용된, 공습을 위한 동맹국 규합에 험로가 예상되는 문제도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곧 설득외교에 나설 중동에서 공습참여를 발표한 국가는 아직 없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습 불참 입장을 밝혔고, 영국도 소극적 입장이다. 시리아 내 IS거점까지 공습하면 IS가 보복테러에 나설 것이란 점 역시 오바마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9ㆍ11테러 13주년을 앞두고 IS세력이 미국 내 테러를 감행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가 최근 제임스 폴리 기자 참수를 통해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데다 미국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귀국해 테러를 기도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9ㆍ11테러 직전 때와 유사하게 이슬람 테러조직 사이 인터넷 채팅이나 전화통화가 증가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보기관과 수사당국을 인용, 시리아 반군에 가담한 미국 시민이 100명이 넘고 유럽인은 영국인 500명을 포함, 1,0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 가운데 IS에 가담한 미국인 10여명을 9ㆍ11테러 이후 최대 위험 인물로 지목한 상태다. IS는 이날 포로로 잡은 시리아 정부군 250명이 처형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해, 그 잔인성을 또 다시 드러냈다. 동영상에서 정부군 포로들은 맨발에 속옷만 걸친 모습이었으며, 살해된 뒤에는 사막에 방치됐다. IS는 또 참수된 폴리 기자를 비롯 최소한 서방인질 4명을 수 차례 물고문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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