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련(군사훈련) 시간에 군인 출신 교관과 학생들 간의 집단 난투극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교련제도 존폐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군 당국은 28일 열린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사실상의 유감입장을 표명했다고 중국 언론매체들이 29일 보도했다.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학생이 군사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고교 군사훈련은 강력한 국방에 대한 예비역량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여러 국가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의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학생과 그 가정에 진실한 위로를 보낸다”며 “군 기관이 이미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교련 교사의 양성과 관리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지난 24일 후난(湖南)성 룽산(龍山)현의 한 고교 운동장에서 1학년 신입생의 군사훈련 과정에서 벌어졌다. 충돌로 교관 1명과 교사 1명, 학생 40명 등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이 중 2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교관 1명이 여학생에게 장난을 건 것이 발단이었고 학생과 학부모는 당시 해당 교관이 만취상태였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학부모들이 전한 현 공안국 측 조사자료를 인용해 학생들을 폭행한 교관은 당시 16병의 맥주와 또 다른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교련제도 인식도 조사’가 진행돼 지금까지 1,209명이 ‘현행 제도는 쓸모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강, 자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찬성 반응은 146명에 불과했다. 한 누리꾼은 “며칠 훈련을 받아 무슨 소용이 있느냐. 도대체 왜 계속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은 (그 시간에)스스로 방호기술을 익히는 게 낫다”며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에서는 현재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각각 7~14일, 2~3주 교련수업을 받는다. 수업은 실탄사격, 개인전술 등의 실제 전투훈련과 군사사상, 군사과학기술, 현대국방, 구급법 등의 이론수업으로 구성된다. 과거에도 교련 교사들이 학생을 심하게 체벌하거나 훈련 도중 학생이 졸도해 숨지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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