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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도입 5년… 문화지형 들었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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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도입 5년… 문화지형 들었다놨다

입력
2014.08.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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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영화티켓 점차 사라져… 카페·지하철서 즉흥예매 일상화

전자출판 매출 크게 늘어… 출판계 발행부수는 해마다 급감

#1. 충무로의 A영화사는 최근 페이스북 계정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A영화사 계정과 ‘친구 맺기’를 한 영화 팬은 10만여명. A영화사는 대행사를 두고 최신 영화 소식 등을 알리며 이들 친구를 ‘관리’하는데 월 1,000만원 가량을 쓰고 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영화 마케팅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위력이 갈수록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불해야 할 돈으로 여긴다.

#2. 뮤지컬업계의 큰손 CJ뮤지컬은 지난해 1월 신작 ‘벽을 뚫는 남자’의 할인 쿠폰을 페이스북을 통해 발행했다. 페이스북 공유기능(페이스북 친구 사이인 다른 사용자가 특정 게시물을 함께 보도록 하는 것) 등을 통해 100만명 가량이 이 이벤트를 알게 됐다. CJ뮤지컬은 페이스북 할인 쿠폰 발행으로 1,500장의 티켓을 판매하는 기대 밖 성과를 거뒀다.

문화계에 혁명이 진행 중이다. 혁명 주체는 모바일과 스마트폰이다. 기존 문화 소비 유형을 바꾸고 문화 전달 방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대중은 좀 더 빠르고 능동적으로 문화상품을 소비하고 생산자는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며 대중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서막은 2009년 11월 28일 열렸다. 2007년 첫 소개된 뒤 iT(아이폰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혁명을 주도하던 원조 스마트폰 아이폰이 뒤늦게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아이폰 판매 만 5년이 다 된 지금 아이폰에 이어 나온 다양한 스마트폰이 문화계를 송두리째로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2014-08-29(한국일보)
스마트폰/2014-08-29(한국일보)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스마트폰 이용자는 3,934만8,621명이다. 국민 5명 중 4명이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셈이다. 2011년 12월(2,257만8,408명)에 비하면 3년도 채 안 돼 1,677만명 가량이 증가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무선데이터 이용도 급증세다. 2012년 1월 1인당 470메가바이트(MB)를 사용했는데 지난달엔 1,913메가바이트를 사용했다. 휴대폰을 통한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이 2년 사이에 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데이터 사용량의 증가는 SNS의 이용과 문화상품 이용량의 급증을 의미한다. 1,913메가바이트는 고선명(HD) 화질의 영화 한 편을 보고도 남는 데이터 양이다. 급증한 와이파이 이용량(2012년 1월 전국적으로 3,497테라바이트에서 지난달 7,447테라바이트로 늘었다)을 감안했을 때 스마트폰을 이용한 문화상품 소비가 크게 늘어났음을 추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충무로와 여의도에서 특히 많이 감지된다. 영화 한 편 한 편이 개별적으로 짧게 소비되는 극장가일수록 스마트폰에 기댄 SNS의 입김이 강하다. 2000년대 후반까지 포털사이트의 댓글에 민감했던 영화사들은 요즘 SNS 입소문에 더 예민하다.

예매율의 중요성도 커졌다. 영화계 관계자나 점검하던 영화 예매율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영화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떠올랐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사무실과 집 컴퓨터로 예매하던 시절과 달리 영화 예매가 카페나 식당, 지하철 등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앱에 표시된 예매율 순위가 영화를 빨리 고를 때 활용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예매율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특정 영화사가 영화 표를 대량 구입한다는 사재기설도 심심찮게 나온다. 비정규직을 동원해 특정 영화에 대한 댓글을 포털사이트에 집중적으로 올려 평점과 입소문을 조장하던 2000년대 중후반과 비교된다. 모바일 예매가 늘면서 극장가에선 종이 티켓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김대희 CJ CGV 과장은 “종이 티켓을 발급받지 않는 고객의 비중이 지난해보다 올해 4%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선 ‘본방’(편성표에 정해진 대로 이루어지는 방송)의 의미가 옅어졌다. 휴대가 간편한 멀티미디어인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방송이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로 정착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2011년 보고서 ‘스마트미디어 이용형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14.8%가 편리한 시간에 인터넷 다시 보기와 다운로드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일상 생활의 필수매체도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있다. TV를 일상생활 필수매체로 꼽는 사람의 비율은 2012년 53.4%에서 46.3%로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은 25%에서 37.3%로 급증했다(방통위 ‘2013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

출판계는 스마트폰으로 인한 피해가 큰 분야다. 2009년 총 발행부수가 1억621만4,701권이었으나 2012년 8,690만6,643권으로 급감했다. 단 인터넷과 모바일, 전자출판 쪽 매출은 증가세다. 2009년 682억1,200만원에서 2011년 1,047억8,2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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