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

"배상 노리고 농성" "시체장사" 유족들 가슴 비수 꽂는 막말 난무

정치권 해법보다 분열 조장… 일부 언론 자극적 보도 갈등 부채질

"특별법 지루한 싸움 되더라도 합의 이끌어내 제2의 참사 막아야"

2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 ‘세월호 특별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자유대학생연합(자대련)의 집회가 한창이었다. 이 청년단체는 전날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맞서 ‘폭식 투쟁’을 공언한 터였다. 특별법에 반대하는 국민도 많으니 폭식 이벤트로 단식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단체는 “목숨을 담보로 한 단식 투쟁을 희화화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당초 방침을 바꿔 슬그머니 특별법 반대 서명운동으로 전환했다. 김상훈 자대련 대표는 “단식의 끝은 죽음인데 투쟁 방향이 극단적이라고 생각해 폭식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이라며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 농성을 중단한 만큼 행사를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이 공언한 ‘국가 개조’의 첫 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오히려 국론이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처음엔 누구나 분노하고 공감한, 보편적 문제였던 세월호는 어느새 각자의 진영 논리에 따라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분열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폭식 투쟁도 이런 ‘편 가르기’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학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명을 건 단식 투쟁은 폭식과 대별되는 가치가 아님에도 조롱거리로 폄하됐다”며 “상대가 아니라 자기 편에 보여주기 위해 또 다른 극단을 택하는, 이른바 ‘집단 극화’ 현상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질된 갈등의 포화는 세월호 유족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익명성이 전제된 온라인 공간에서의 막말과 세월호 유족에 대한 비방은 도를 넘어 너무 지나치다는 우려가 많다. 한 네티즌은 이날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한 김영오씨의 단식은 투쟁이 아니라 다이어트에 불과하다”고 비아냥거렸고, 다른 네티즌은 “군대에서 죽은 자식들이 훨씬 많은데 당신들만 억울한 척하지 마라”고 공격했다. 심지어 한 뮤지컬 배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씨는) 그냥 단식하다 죽으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의 이혼 경력과 출신 지역을 들먹이며 신상털기를 통해 유족의 명예를 깎아 내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가 이날 세월호 유족들을 비방하는 악성 댓글을 올린 네티즌을 수사한 결과, 모욕과 명예훼손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람이 66명이나 됐다.

정치권부터 이 같은 분열을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놓고 “‘순수 유가족’만 면담하겠다”는 청와대 대변인, 정부 비판 여론을 ‘북괴의 지령’으로 규정한 여당 의원 등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유가족들의 움직임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 올려 정쟁화했다. 정철희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야권 역시 비판 대상을 청와대와 정부로 한정해 여당의 반발을 자초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세월호 이슈가 보수ㆍ진보의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고 해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적 영역에서 충돌하는 갈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떤 현안이든 과도한 정치 쟁점화가 문제”라며 “문제해결 능력은 없이 정치권이 과도하게 세월호 참사를 쟁점화하면서 사람들을 신물나고 무관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일부 언론은 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재합의안에 왜 반대하는지를 탐색하기보다 김씨의 신상털기에 앞장서고 여론의 피로감을 이유로 유족들의 요구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가고 있다. 김상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처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선 미디어 종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종편 등 많은 매체들이 자극적인 내용들을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철희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은 현 정권의 잘못만은 아니고 사회 전체적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조율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보도가 자극적이고 국민이 피로하다고 해서 서둘러 타협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특별법이 입법의 대상이 된 만큼 지루한 싸움이 되더라도 정치권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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