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기 교체 개입 등 관련, 제재심위 판단 면밀히 검토
임영록ㆍ이건호 경징계 승인 미뤄
금감원 "모든 가능성 열려 있다"
일러야 주말께 최종 결정, 뒤집기는 쉽지 않지만...금융계 촉각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 제재에 대한 최종 결정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를 결정(21일)한 지 벌써 1주일. 주초쯤 제재심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뒤엎고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혹시 결정을 뒤엎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최 원장이 자문기구인 제재심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 모두 징계 수위가 중징계로 상향되는 시나리오, ▦임 회장만 중징계를 받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제재심의 결정을 뒤엎을 경우 당사자들이 이를 곧이 곧대로 수긍할 리 없다. 자리를 버티며 소송전에 나설 것이 자명한 상황. 최 원장이 자신의 직을 내거는 자충수를 두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 우세한 이유다.
최 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배경을 두고 금감원 관계자는 28일 “KB금융 제재심 내용이 방대하고 제재대상도 많아 검토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여섯 차례나 제재심 회의가 열린 까닭에, 원장에게 심의 결과를 보고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인 회의 녹취록 작성도 아직 안 끝났다는 것. 그러나 금감원은 이날 KB금융 제재안건 중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에 대해선 최 원장 결재를 거쳐 제재내역을 공시했다. 최 원장의 침묵이 회의 결과 미보고 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공공석상에서 중징계를 누차 자신했던 최 원장으로선 제재심 결정을 곧 바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 금감원 내에서는 “최 원장이 제재심이 의도적으로 두 기관장의 징계 수위를 낮춰줬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해 제재심 위원들이 지난 21일 회의에서 금감원 검사부서를 피해 별도 장소에서 제재안에 합의한 뒤 회의장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위원들이 임 회장 또는 이 행장과 친분이 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재심 민간위원 6명 중 2명이 이 행장과 같은 금융연구원 출신이고, 다른 1명은 임 회장이 몸담았던 재정경제부 서기관 출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규정상 제재심은 금감원장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제재심과 무관하게 최 원장이 어떤 결론이든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26일 금융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KB금융 제재가 끝난 게 아니다”고 언급했던 것이 최 원장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발언이 아니냐는 설까지 흘러 나온다.
그러나 최 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아무리 제재심이 자문기구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최 원장이 반대의 결정을 내리는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만약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면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 당장 소송전에 나서면서 비난의 화살은 최 원장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 원장이 임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한다고 해도 최종 결정의 공은 다시 금융위원회에 넘어간다. 은행 임원과 달리 금융지주 임원의 중징계는 금융위 소관인 탓이다. 적어도 주 전산기 교체 건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만큼 최 원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금융청, 국민은행 도쿄ㆍ오사카지점 4개월 영업정지
한편 일본 금융청은 이날 도쿄지점 부당대출 책임을 물어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 등 국민은행 일본지점 2곳에 대해 4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지점은 9월3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신규 영업을 할 수 없다. 국내 금융기관 해외지점이 부당대출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금감원도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고와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관련 국민은행에 기관경고 조치를 확정했다.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으로는 6명이 면직 조치를 당했고 총 51명의 직원이 징계를 받았으며, 도교지점 부당대출로는 18명의 직원이 징계를 받았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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