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금 이후 부상·불운..."리우까지 뛰고 명예롭게 은퇴"
다시 바벨 잡고 체급·목표도 올려
‘오뚝이 역사’ 사재혁(29ㆍ제주도청)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일생일대의 ‘도박’을 했다. 남자 77㎏급에서 한 체급 올려 85㎏급 선수들과 겨루기로 한 것이다. 2012년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 선수 생활을 끝내겠다고 마음을 비운 그는 결국 ‘지긋지긋한’ 바벨 곁으로 되돌아왔다. 체중 감량의 부담을 떨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 가짐과 함께 그의 눈높이는 이미 메달 너머 더 높은 곳, 명예 회복에 맞춰져 있다.
사재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77㎏급에서 인상 163㎏ㆍ용상 203㎏ㆍ합계 366㎏을 들어올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올림픽 2연패를 향해 출사표를 던진 런던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오른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그는 바벨을 끝까지 놓지 않는 투혼을 보였지만 곧바로 귀국길에 올라 7차례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역도의 ‘역’자만 들어도 이가 갈리고 몸서리가 처졌다.
투혼을 불사른 감동의 여운은 짧았고 냉정한 평가만이 가득했다. 더구나 장미란 마저 런던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 역도는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재혁은 “런던 올림픽 이후 도망가고 싶었다. 방황도 했다. 그러나 다시 힘들게 바벨을 잡았다”며 “이젠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다’는 각오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이 언제 개막하는지도 모른다. 내 머릿속 시계는 (경기가 있는) 9월24일 오후 7시에만 맞춰져 있다”며 “남자답게 명예롭게 경기를 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출전한 뒤 선수 생활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체급 변경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시상대에 오르기 위해선 베이징에서 들었던 바벨 보다 10㎏ 이상 무거운 바벨을 감당해야 한다. 현재 이 체급 세계 기록은 인상 187㎏, 용상 218㎏. 그의 연습 최고 기록은 인상 150㎏, 용상 190㎏이다. 사재혁이 중국, 이란 선수들을 제치기 위해선 상대 실수가 나오는 행운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재혁은 그러나 “대표 선발전에서 용상 213㎏에 도전하다가 클린 동작(바벨을 어깨위치까지 올려 놓는 것)만 하고 팔이 아파 그만 뒀다. 정상적으로 성공했다면 3차 시기에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며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했다. 그는 또 “체급을 올린 지 몇 개월이 안 됐지만 스스로 세운 목표 기록은 굉장히 높다. 안 된다는 생각 보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려 하고 있다”며 “체급을 올려 살을 찌우는 것이 빼는 것보다 힘들다. 체중 늘리는 방법에 관해 장미란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웃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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