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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구제라는 거짓말

입력
2014.08.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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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구제(사적 복수)는 불법이다. 처벌은 국가에 의해 독점된다. 복수는 복수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늘 정의의 편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2002년 작 ‘복수는 나의 것’에선 금지된 사적 복수를 공권력이 돕는다. 공적 단죄의 불의(不義)에 대한 조소로 읽힌다. CJ E&M 제공
자력구제(사적 복수)는 불법이다. 처벌은 국가에 의해 독점된다. 복수는 복수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늘 정의의 편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2002년 작 ‘복수는 나의 것’에선 금지된 사적 복수를 공권력이 돕는다. 공적 단죄의 불의(不義)에 대한 조소로 읽힌다. CJ E&M 제공

형벌 목적은 범죄 예방이다. 복수가 아니다. 애초 합법적 자력구제는 불가능하다. 다만 단죄는 공정해야 한다. 공권력 조사엔 성역이 있다. 특별법은 고육책이다. 정치는 호도 말라.

“동생이 친구한테 얻어맞고 들어와 형에게 이른다. (…) “너냐? 내 동생 얼굴 이렇게 만들어놓은 녀석이? 너도 똑같이 한번 당해봐라!” (…) 일상언어로는 ‘복수’고 법률용어로는 ‘자력구제(自力救濟ㆍself-help)’다. 여권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거나 특별검사를 야당이나 가족이 추천하는 방안에 대해 “근대 형사법의 ‘자력구제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력구제 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독점하는 형벌권을 개인이 사적으로 행사하지 말라는 거다. 동생이 억울하게 맞았다 해도 형이 대신 두들겨 패선 안된다는 얘기다. (…)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수사·기소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짜 모르는지, 알면서 모른 척하는지 알 길 없으나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는 ‘사인소추(사인기소)’ 제도가 존재한다. (…) 물론 세월호 가족은 직접 수사·기소권을 갖겠다고 한 일도 없다. (…) 새누리당 내에서도 검사 출신 정미경 의원은 “진상조사위를 법률가로 구성하면 수사ㆍ기소권을 줘도 된다”고 지적한다. (…) 맞고 온 동생을 본 형은 학교에 가서 부탁한다. “조사를 제대로 해주세요. 때린 아이가 부잣집 아들이라 그쪽에만 유리한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에요.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게 조사팀 구성에 우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주세요. (…)” 이게 자력구제인가. 법률용어 들먹이며 장난치지 마라.”

-자력구제(경향신문 ‘여적’ㆍ김민아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셰익스피어 희곡엔 결투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 중세 유럽을 살다 간 작가에게 결투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였던 것 같다. 당시엔 ‘결투 재판(trial by combat)’도 있었다. (…) 결투 재판은 주로 증거가 부족하거나 중재(仲裁)가 어려운 분쟁에 적용됐다. 고소인과 피고소인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 유무죄를 갈랐다. (…) 예나 지금이나 형벌의 출발점엔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준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 그 일을 개인이 하면 사인(私人) 소추, 나라가 대신하면 국가 소추 제도가 된다. 범죄를 개인 간 문제로 보는 전통이 강한 영국에선 피해자ㆍ가족이 소추권을 행사했다. (…) 근대 형사사법 제도가 정착하면서 문명 국가에선 자력(自力) 구제나 사적(私的) 복수는 금지되고 기소는 나라가 맡는 게 일반화됐다. 피해자에게 복수를 맡기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 우리 형사소송법도 국가의 대리인인 검사(檢事)가 수사·기소를 맡도록 규정했다. (…) 피해자가 개인적인 원한을 갖고 직접 가해자 에게 복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ㆍ기소권을 달라고 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별도 특검(特檢)이 아니라 피해자 유족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처벌권까지 갖게 되면 사실상 개인적 복수(復讐)에 해당할 수도 있다. 유족의 답답한 심정을 남이 다 헤아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 때문에 ‘이번만 딱 한 번 예외’로 법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그런 원칙 밖 일들이 쌓이고 쌓여 터졌다.”

-‘피해자의 처벌권’(8월 27일 조선일보 ‘萬物相’ㆍ이명진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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