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엔 제대로 비 안 오더니 이달 중순 지나면서 고온다습한 수증기까지 유입
남부지방 중심으로 폭우 뿌려
최근 한 달간 전국에 내린 비가 통상적인 장마기간보다 훨씬 많아 ‘장마철’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졌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끝난 지난달 말부터 이달 26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699.8㎜로 집계됐다. 예년 같으면 장마철이어야 할 올해 6~7월 내린 비(291.3㎜)의 2.4배가 쏟아진 셈이다. 최근 한 달간 내린 비는 평년 장마철 강수량(448.3㎜)보다도 많았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26일까지 비가 가장 많이 쏟아진 곳은 경남 남해로 강수량이 무려 775.2㎜에 달했다. 전남 여수(651.4㎜)와 고흥(638.1㎜), 경남 산청(646㎜), 부산(635.4㎜) 등도 600㎜를 훌쩍 넘겼다. 남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유독 이 지역에 물폭탄이 떨어진 것은 경남 산청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안에 인접해 있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이다. 바다에서 불어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육지로 들어와 상승하면서 두꺼운 비구름이 형성됐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이 기간과 장마철 사이 강수량 차이가 두드러진 데에는 6~7월 한반도 상공에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예년에 비해 비가 덜 내린 것도 한몫 했다. 6월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한반도 방향으로 강하게 내려오면서 장마전선을 이끌고 올라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막아 섰다. 기상청 관계자는 “찬바람이 쌩쌩 불어 일종의 차단막 역할을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7월에도 북태평양 고기압은 남해안까지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머물며 중국 남동부 해안에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작 장마가 끝날 즈음인 7월 말부터 태풍 ‘할롱’ ‘나크리’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태풍 ‘마트모’가 간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한반도에 많은 수증기를 끌어들였다. 여기에 이달 14~26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더 유입됐다. 이렇게 모인 수증기가 상승하다가 한반도 상공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서 남부지방에 돌풍과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많은 양의 비를 뿌린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기간이 아니어도 다양한 환경요소에 의해 큰 비가 내릴 가능성이 항상 있다”면서 “장마가 끝났다고 안심하지 말고 평소 비 소식에 귀를 기울여 수해에 대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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