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학살된 충북 영동‘노근리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일생을 바친 고(故)정은용 노근리사건유족회장의 특집 기사가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은 25일자 뉴욕타임즈 A16면에 정 회장의 타계소식과 함께 그의 생애, 노근리사건을 소개하는 3단짜리 특집기사가 실렸다고 28일 밝혔다. 노근리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평생을 헌신한 그는 지난 1일 대전 자택에서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사건 현장에서 장남(당시 5세)과 딸(당시 2세)을 잃은 그는 1994년 실화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펴내 그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의 실체를 세상 밖으로 내놓았다.
그 뒤 희생자대책위원회를 이끌면서 사건 진상을 알리는데 힘써 한미 양국의 합동조사,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냈다.
정부는 2004년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11년 사건 현장 인근에 노근리평화공원을 조성했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은 “뉴욕타임즈가 미군이 관련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개인의 타계 소식을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노근리사건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중요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25∼29일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철도 쌍굴에서 미군이 피난중이던 영동읍 주곡ㆍ임계리 주민 수백명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 사건으로 1999년 9월 AP통신의 보도로 사건의 진상이 세계에 알려졌다. 정부는 2005년 유족 등의 신고를 받아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 226명을 피해자로 확정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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