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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기부라는 것

입력
2014.08.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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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얼음물을 자기자신에게 끼얹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전세계적으로 유행이다.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를 돕는다는 취지로 전파되고 있는데 그 취지에 공감한다. 기부 행위를 놀이와 결부시켜 짧은 시간에 붐을 만들어버린 건 탁월한 아이디어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의 좋은 취지가 희석되고 단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비판도 새겨들을 일이지만 말이다. 나 역시 소액 기부라는 걸 하고 있는데, 내가 가장 열심히 했던 건 헌혈 기부다. 나는 그것에 소박한 자부심마저 갖고 있다. 6, 7년 전쯤,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속상했던 것은 사실 현금이나 신용카드 분실이 아닌, 지갑 안에 들어 있던 여러 장의 헌혈증서였다. 지갑은 한 달쯤 후에 돌아왔다. 현금과 카드는 모두 없어졌는데 놀랍게도 헌혈증서 30여 장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내 지갑을 주운 이는, 피와 바꾼 것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얼마 후에 헌혈증서는 지인의 위급한 소용을 위해 모두 기부해버렸다. 정기 헌혈자로 등록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적십자에서 헌혈 가능한 날짜가 되면 문자 연락이 온다.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자면 내가 술을 자주 마시는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헌혈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을 거라고 나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부자에게는 따뜻한 마음뿐만 아니라 건강한 개인 관리도 필요하다는 각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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