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들 기능직의 전직 반대 소송에
김진태 총장 "무지 탓" 46페이지 답변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내부 문제로 직원들과 법정다툼을 벌이며 “소송 각하”를 요구하는 방대한 분량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소송에 이르도록 방치한 데 이어 조직 내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수사관 2,057명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전직시험 실시계획 공고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함상훈)에 서울고검 정필재(사법연수원 20기) 검사 등을 통해 최근 답변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관리운영직(구 기능직) 직원들을 수사관으로 일할 수 있는 일반직(검찰직)으로 전직할 수 있도록 하자 수사관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낸 사건이다.
김 총장은 46쪽 분량의 구구절절한 답변서에서 “(일반직 전직은) 지난해 12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른 조치로 검찰청을 비롯한 전 행정부처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관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입게 될 것이라고 조직적으로 반발하다 소송을 제기했으나 막연한 불안감과 반감에 의한 것으로, 오히려 검찰직에게 유리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전환 시험을 당초 계획보다 어렵게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총장은 또 “원고들은 이 사건 공고의 직접 상대방도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공직신분의 유지나 업무수행과 같은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기 때문에 공고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김 총장이 법적 대응과는 달리 내부 소통을 너무 등한시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4월 수사관들이 불만을 표출하자 대화를 차단하고 “각 청에서는 확실하게 공직기강을 세워주기 바란다”며 강경대처를 지시, 수사관 회의 장소 제공조차 불허해 갈등을 키웠다. 또 비위 감찰에서도 검사들은 감싸고 수사관들에만 가혹하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소송에 참가한 한 수사관은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고, 때문에 경찰도 기능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서 형사는 시키지 않은 것”이라며 “수사관들이 문제제기를 한 이후에도 진지하게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이 잘 몰라서 그렇다는 일방적인 통보 형식의 설명회를 연 것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직원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소송 피고 입장에서 답변서 제출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검찰 내부의 문제를 소송까지 가져간 이후에도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은 총장의 리더십 문제로 지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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