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산 장비 교체 보고서 위조" 이건호 행장, 임원 3명 고발 이어 외부 전문기관에 감사 의뢰도
회장·행장 갈등 2라운드 2개월 허송세월만 보낸 금융당국에 책임론 부글부글
KB금융 내분 사태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주 전산기 교체 안건으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둔 데 이어 이번엔 외부 전문기관에 다시 감사를 의뢰하고 나선 것. 금융당국이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2개월도 훨씬 넘는 시간을 허송세월했다는 비판이 빗발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그 동안 진행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행장은 “보고서 조작이 어떻게, 왜 이뤄졌는지 명백히 밝혀내야만 추후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진상조사를 의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자 이번에는 외부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주도로 주 전산기를 IBM 시스템에서 유닉스로 교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닉스 시스템의 문제점을 성능테스트(BMT) 보고서에 고의로 반영하지 않아 이사회에서 유닉스를 선택해왔다고 이 행장은 주장해왔다.
이 행장은 앞서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상무) 등 3명을 업무방해죄 혐의로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조 상무는 같은 날 보직 해임됐다. 이들은 임 회장의 지시로 국민은행 전산장비 교체를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21일 금감원 제제심의위원회에서 이 행장의 주장처럼 IBM 시스템을 교체할 유닉스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도 이를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이유로 모두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정윤식 국민은행 상무는 이번 고발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행장은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이들의 잘못이 입증된 만큼 사법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임 회장과의 갈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끝까지 싸워보자”고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주 전산기 교체를 결정한 임원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제재심의 결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비록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수장들에게는 경징계를 내리기는 했지만 실제 주 전산기 교체 및 보고서 작성 과정에 참여한 임원진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은 사실상 이 행장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임 회장 등 KB금융 쪽도 검찰 고발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부랴부랴 소집하는 등 혼란과 갈등은 더 커지는 양상. KB금융 관계자는 “경영 공백 상황을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갈등을 조장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분노감을 드러냈다.
금융당국 제재 후 불과 1주일도 안 돼서 사태가 다시 격화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도 점점 더 비등해지는 모습이다. 시간만 질질 끌었을 뿐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성낙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이번 제재는 KB금융의 갈등을 증폭시켜 대한민국의 금융산업 전체를 더욱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게 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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