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역사교과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역사학계와 교육계에는 다음달로 예정된 교육과정 개편과 연계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토론회라는 요식절차를 거쳐 국정화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입을 맞춘 듯 국정체제 환원을 주장하면서 표면화됐다. 당시 역사왜곡과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채택율이 0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자 갑자기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겉으로는 역사교과서 이념논쟁 탈피를 내세웠지만 실은 정권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려는 의도였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참으로 퇴행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 체제의 문제점은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사안이다. 원래 검인정이었던 한국사 교과서는 박정희 정권 시절 국정으로 개편돼 유신체제 홍보에 악용됐다. 그러다 정부주도 편찬 교과서가 정권 미화와 획일적 시각을 주입한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2002년부터 다시 검인정체제로 바뀌었다.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국정체제로 환원하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망상이다.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가가 검인정 제도와 자유발행제를 채택한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다양성은 교육의 기본이다. 정부가 지정하는 소수의 학자들에게 집필을 맡겨 획일적인 내용을 교과서에 담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구미에 맞게 교과서를 다시 편찬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그제 교육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진보적 시민단체나 역사학회가 주최한 토론회가 아닌데도 국정화 반대로 의견이 모아진 것은 그만큼 학계의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전국 초ㆍ중ㆍ고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가 국정 전환 시도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정권의 입맛대로 쓰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역사 해석의 다양성 보장과 경쟁을 통한 교과서 질 제고 등의 이유를 들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교과서 문제는 워낙 중요해 신중히 논의해 공론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국정화 추진 계획을 포기하는 게 옳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 검정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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