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본조사 도입에 반기, 감정평가사 3600여명 결의
"감정원 수익만 늘릴 것" 주장
감정평가업계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공시지가 조사ㆍ평가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나서며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업무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나선 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자칫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내년도 공시업무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26일 전국지회장 회의를 열고 전국 3,600여명의 감정평가사들이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표준지공시지가 조사 이원화’에 반대하며, 방안이 철회될 때까지 조사ㆍ평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토부가 최근 예산절감을 명분으로 기존 정밀조사와 별개로 일부 절차가 생략된 기본조사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표준지공시지가 제도는 전국 50만 필지의 표준지에 대한 적정가격을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정밀 조사해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출하는 것으로, 해당 금액은 감정평가 기준 및 과세 근거 등으로 활용된다.
당초 국토부는 지가변동률이 1% 이하이고 특별한 변동 요인이 없는 읍ㆍ면ㆍ동을 기본조사지역으로 선정해 한국감정원에 맡기고 나머지 가격 변동이 큰 지역만 감정평가사들이 정밀조사를 벌이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밥그릇이 줄어들게 된 감정평가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국토부는 감정평가사의 책임 아래 기본조사를 진행하도록 변경안을 재추진 중이다.
이에 감정평가업계는 결국 감정평가사들이 결과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기본감정 보다는 스스로 정밀감정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입장. 기본조사와 정밀조사가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더불어 정부가 기본조사 도입에 따른 예산절감액을 한국감정원의 공시지가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 예산에 증액 편성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밀조사 축소와 기본조사 도입으로 절감한 152억원을 내년에 지가변동률 및 임대사례조사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예산절감이 아닌 감정원의 수익을 증대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협회는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표준지 공시지가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동기 한국감정평가협회장은 “기본조사 방식은 위법할 뿐더러 결과 자체의 정확성도 떨어져 보상 및 과세액 산정에 오류를 유발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민 재산권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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