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장례식 참석 일시석방 신청, 도피 도운 박수경씨는 "혐의 인정
70억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기소된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도피조력자 박수경(34·여)씨에 대한 첫 재판이 27일 열렸다. 대균씨는 혐의 일부를 부인했지만 박씨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이재욱)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대균씨 측 변호인은 “공소장 내용 중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한다”면서도 “검찰은 범죄액수 전체를 합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했지만 피해 회사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쿠리 상사에서 급여 명목으로 1억1,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횡령한 돈은 개인적으로 이용하지 않았고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대균씨는 2002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청해진해운 등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와 급여 명목으로 73억9,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균씨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박씨와 구원파 신도 하모(35·여)씨에 대한 첫 재판도 이날 같은 법정에서 열렸다. 박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대균씨 부인이나 아이들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끌려들어 처음 의도와는 달리 장기간 도피에 가담하게 됐다”면서 제기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연두색 수의를 입은 박씨는 체포 당시 당당했던 모습과 달리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모으고 한숨을 크게 쉬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편 대균씨는 30일 금수원에서 열릴 유씨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시 석방해 달라며 이날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대균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24일 오전 10시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박씨 등 3명에 대한 재판도 같은 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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