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나를 매우 신뢰해 내 말 경청… 부정적 보고 탓 등 돌린듯”

“노 전 대통령은 대우에 호감…사면 받고 봉하마을에도 찾아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서 인사 말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출간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자신과의 특별한 관계도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DJ)에 대한 평가와 둘 사이의 일화를 많이 쏟아냈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DJ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급속히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이야기를 별로 나눠보지도 않은 사이였지만, DJ는 “내가 경제를 잘 모르니 김 회장이 경제는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김 전 회장을 신임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DJ가 대통령이 되기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해서 연결해 준 적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IMF 체제에서는 한 달에 두세 번씩 만나며 경제위기 극복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했다.

DJ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정책을 내놓으면 김 전 회장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물을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나를 만나고 나면 DJ가 밑에서 보고한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며 자신을 매우 신임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DJ는 실제로 경제 관련 회의가 있으면 김 전 회장을 꼭 참석시켜 발언할 기회를 줬다.

김 전 회장은 DJ에게 직설화법으로 관료사회를 비판하자 관료들과 점점 갈등이 깊어졌다고 회고했다. “DJ와 친하다고 관리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DJ가 보는 앞에서 관료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관리들이 열심히 안 한다.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핑계만 댄다. 이래서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자기들이 못하면 자리를 비켜줘야지. 그러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비켜줘서 할 일도 못하게 한다.”

김 전 회장은 “DJ도 처음에는 관리들을 별로 믿지 않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DJ와 처음에는 돈독한 신뢰관계가 형성됐지만 김 전 회장에 대한 부정적 보고들이 계속 올라오니까 DJ가 마음을 바꾼 것 같다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가 어려워진 후에도 일부 계열사를 계속 경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DJ의 약속을 받았고, DJ도 처음에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으로 김 전 회장은 평가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유럽ㆍ아프리카 출장을 떠난 뒤 2005년까지 해외에 머물게 됐다. 사실상 도피성 출국을 한 셈이다. 출국하기 전 김 전 회장은 채권단이 자금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항의하다가 DJ에게 직접 확인전화까지 했다. 돌아온 대답은 “3~6개월만 나가 있으면 정리해서 잘 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김 전 회장은 그 말을 너무 믿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을 특별사면을 통해 풀어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11월 징역 8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기나긴 수감생활에 돌입할 처지에 놓였지만 노 전 대통령 결단으로 교도소 행을 피할 수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는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 분은 대우를 좋게 보고 내가 노조탄압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1987년 대우조선 분규 때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노동자 측에 서서 제3자 개입을 하면서 우리 직원들에게 고발을 당했어요. 그것 때문에 감옥에도 가고 변호사 자격도 정지됐죠. 그런데 대우가 옥포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호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노사관계를 모범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으니까요.” 김 전 회장은 취업길이 막힌 학생운동권 출신을 대우에서 대거 채용한 것도 노 전 대통령이 대우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로 분석했다.

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8년 1월 특별사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에 부부동반으로 초청을 받아 노 전 대통령과 한 시간 정도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대통령 물러난 다음에는 내가 봉하마을에 찾아갔지요. 다른 사람들은 거기 가면 안된다 길래 ‘내가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못 갈 게 뭐냐’ 하면서 갔어요. 노 대통령이 그렇게 세상을 떠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정치가 그렇게 무상한 거지요.”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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