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간 수천명의 사망자를 내며 무력 충돌해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마침내 장기휴전에 합의했다. 지난 7월 초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후 양측이 수 차례 임시 휴전을 가진 적은 있지만, 장기휴전에 합의한 건 처음이다.
AFP통신 등 외신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장기 휴전에 합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단체의 고위 인사인 지아드 나칼라는 이날 “휴전 합의에 따라 양측은 무력 사용을 공식적으로 중단하고 이스라엘은 구호물자와 건설자재 반입 등 가자지구 봉쇄 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마스 측의 가자지구 공항과 항구 건설 요구와 같은 더욱 복잡한 사안은 한 달 안에 시작될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양측 휴전 협상을 중재한 이집트가 발표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줄곧 봉쇄 조치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실업률이 50%를 웃도는 등 경제난에 직면하면서 18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궁핍한 삶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교전 기간 하마스는 줄곧 휴전 합의의 전제로 봉쇄 조치 해제를 요구해 왔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도 장기 휴전 합의와 봉쇄조치 해제를 "저항의 승리"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장기휴전이 실효성이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양측이 그 동안 수 차례 협상을 통해 짧게는 하루에서 수일간 임시휴전에 합의해 놓고도 상대방을 겨냥해 폭격하거나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 발발 이후 양측이 처음으로 장기 휴전에 합의했다는 큰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평화로운 휴전이 지속될 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6월 실종된 이스라엘 10대 3명이 하마스 세력에 납치 살해된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지난달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시작하면서 양측의 교전은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이후 약 두 달간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폭격을 지속해 어린이를 포함해 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측에서도 민간인 4명과 군인 64명이 숨졌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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