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소규모 창업 및 스타트업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 어느덧 ‘창업 민주화’ 시대에 들어섰다. 요즘은 누구나 사업을 차릴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디어와 일을 바탕으로 성공을 꿈꾸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창업 붐이 가장 거세게 일고 있는 곳은 대학가이다. 전문가들은 대졸 취업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정부가 청년창업을 독려하는 것도 이유지만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창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대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14년 대학 창업인프라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창업동아리는 올해 4월 말 현재 2,949개로 지난 2013년 같은 기간의 1,833개에 비해 1년 동안 60.8%나 늘었다. 동아리 소속 학생은 2만9,583명에 달한다. 창업강좌는 282개 대학에서 2,561개를 운영 중이며 올해는 수강생만 12만4,288명(중복 수강생 포함)에 달한다.
창업이라는 씨를 뿌렸으니 결실을 맺는 때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성공’이라는 단서를 더한다면 그 의미는 무엇이 될까. 오늘날 ‘성공 창업’이라는 것을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의 새로운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을 떠올린다. 여기서 핵심은 아마도 ‘대박’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공 창업’ 역시 ‘대박’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창업은 곧 돈다발’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창업은 ‘혁신적이고 참신한,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닌 ‘소소하지만 우리의 삶에 효율성과 경제성을 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창업을 하는 청년들에게 가르쳐야 할 성공의 가치는 무엇일까. 필자는 돈이 아닌 과정에서 오는 경험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가르치고 싶다. 창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한 숨 돌리고 나서 무용담처럼 뱉는 말이 있다. “사업자등록 어떻게 만드는 줄 알아? 나 그것부터 혼자 다했다.”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업무처리를 필요로 한다. 창업을 통한 경험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초기에는 1인에서 최대 4인 정도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자등록 임대 고용 마케팅 및 세일즈 홍보 등 모든 업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또한 창업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난관에 마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와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경영자의 마인드를 갖출 수 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서툴고 실수로 가득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다뤄봤기에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식견을 갖출 수 있다. 두루두루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니 농익지 않더라도 나름의 혜안을 뿜어 내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많은 멘토들이 “작더라도 젊었을 때 창업은 꼭 한 번 해보라”고 권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돈 주고도 못산다”는 우리의 말도 있지 않은가. 때문에 실패 해도 실패가 아닌 것이다.
요즘은 100만원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소자본ㆍ생계형 창업의 시대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보석 가공업체 같은 유형의 창업도 취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설사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실패 경험은 인생에 좋은 스펙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니 자신만의 사업을 통해 살아있는 경험, 가치 있는 깨달음, 비즈니스에 대한 넓은 시야 등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 어떤 스펙보다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창업의 대가로 불리는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는 결코 인생역전만을 꿈꾸지 않았다. 그들에게 창업은 ‘나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통로였다. 그저 묵묵히 ‘이상’과 ‘열정’을 좇았을 뿐이다. 대단한 출발과 대단한 결과가 아니어도 좋다. ‘적소성대(績小成大)’라는 말처럼 창업이 좋은 경험을 쌓아 꿈을 이루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하자. 어느새 꿈에 근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종부 인덕대 창업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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