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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의 법치주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가

입력
2014.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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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의 법사상에서부터 출발한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 법률(Laws)에서 “법이 정부의 주인이고 정부가 법의 노예라면 그 상황은 전도유망하고, 인간은 신이 국가에 주는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법이 국가를 지배하는 세계를 이상세계로 그렸다. 플라톤의 사상을 현실세계에 적용한 사람이 에드워드 코크다. 코크는 17세기 “왕이라 하더라도 신(神)과 법 밑에 있다”라며 영국 국왕에게 의회가 제정한 법의 지배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법치주의 사회는 누구나 법을 따르는 사회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법치주의를 ‘법에 따라 국민을 다스리는 일’로 쉽게 생각한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법치주의인 줄 아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자는 자신이 그 법의 집행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은 법을 어기는 권력자들. 자기모순의 전형적인 예이다.

지난주 입법로비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 5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놓고 국회에서 소동이 있었다. 검찰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구인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의원들 중 일부는 종적을 감췄고 다른 이들은 출석 시기 등을 놓고 검찰 측과 줄다리기를 했다. 이들의 목표는 동일했다.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회기 내 불체포특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불체포특권이 악용되는 순간이었다. 입법자들이 법을 지키기보다는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상황은 사회 지도층에 있어 법치주의가 얼마나 경시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법치를 무시하는 것은 비단 권력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 법치주의를 간과하기 일쑤다. 헌법 제54조 제2항은 국회의 예산의결 시점을 규정하고 있다. 입법부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 30일 이전(통상 12월 2일까지)에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올해 예산을 의결 시점을 한 달 정도 넘긴 1월 1일에 비로소 의결했다. 국회는 11년째 예산안 법정 시한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사법부도 예외는 아니다. A법원은 2012년 판결문을 위조한 60대를 공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A법원은 이 사실을 언론에 상세하게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알렸다. 문제는 A법원의 고발 사건을 담당한 B법원이 최근 이 60대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물론 판결문 위조의 위법성을 지적하기 위한 A법원의 공표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돼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법원이 개인의 혐의를 외부에 공표한 행위는 명예훼손 또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법의 수호자인 사법부가 법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도 법치주의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피아’ 문제가 대표적이다. 퇴직 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2년 간 관련 분야의 이익ㆍ협력 단체에 취업하지 못한다. 퇴직 관료의 정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예외적 규정을 둬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 즉, 시행령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위탁 받아 수행하는 협회’에는 취업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것이다. 세월호의 운항 허가를 내준 한국해운조합 전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출신이다. 정부의 시행령이 없었다면 세월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플라톤은 독재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사람들을 추방하는, 아테네의 변질된 민주주의에 환멸을 느꼈다. 이 때문에 플라톤은 이상적 정치체제로 민주주의가 아닌 완벽한 지도자/계층에 의한 통치체제(철인정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플라톤은 ‘철인정치’가 현실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후 마지막 저작인 ‘법률’에서 법치주의 사상을 그려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의해 지배받는 세계를 현실에서의 ‘이상세계’로 삼았던 것이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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