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주리요?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만들겠노라’ 언뜻 음란하게도 들리는 신라시대 고승 원효의 노래를 헤아린 이는 당대 임금 무열왕이었다. 왕명을 받고 궁으로 불려가던 원효는 월정교에서 일부러 발을 헛디뎌 요석궁에 머물렀고, 청상과부였던 요석공주와 꿈 같은 열흘을 보낸 후 아들을 얻으니 그가 바로 이두(吏讀)를 만든 설총이다. 요석궁은 조선시대 경주 최부자 집터로 사용되다 한옥을 복원한 교촌마을로 변모했고 신라왕궁 월성과 외부를 잇던 월정교는 2015년 문루(門樓) 공사를 마치고 화려한 자태로 거듭난다. 달빛 속 월정교를 거닐며 신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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