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닷컴은 흔히 말하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 세상에서 톱스타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친근한 매력의 '소셜 스타'를 인터뷰하는 '눈(SNS)사람'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분위기 있는 디지털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해 모바일과 데스크톱,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자동으로 맞춤 출력되는 반응형 사이트로 제작하였습니다. (☞ 디지털스토리텔링 인터뷰는 interview.hankookilbo.com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격은 정교하다. 톡톡 찔러 차면 콕콕 파고드는 그의 공격에 '박펠레' 박문성도 '레전드' 차범근도, '산소탱크' 박지성도, 심지어 박지성의 아내 김민지 아나운서도 속수무책 당했다.
방어는 탄탄하다. 트위터로 끊임 없이 말을 풀어내면서도 구설에 오른 적은 없다. 한 번 불거진 후배 아나운서와의 열애설은 트위터 글 몇 자로 손쉽게 막아냈다.
도울 때는 확실히 돕는다. 한국 축구 미래들의 꿈을 위해 후원금을 어시스트 했고, 박지성 김민지 커플의 결혼 성사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정작 자신의 연애는 헛발질이지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를 즐기며 자란 '소년 배성재'는 어느덧 수많은 스포츠 팬을 둔 스포츠 캐스터로 성장했다. 매일 밤 시청자들에게 '1따봉'씩 안겨주며 사랑 받고 있는 SBS 배성재 아나운서를 만났다.
MF. 어시스트 질이 다른 '특급 도우미'
-박지성-김민지 부부 결혼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소개도 시켜주고 결혼식 사회까지 봐줬는데, 그들은 뭘 해줬나?
"양복을 맞추러 가기로 했는데 브라질에서 살이 너무 쪄서 돌아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봐도 배가 부르다. 영웅 박지성에게 형 소리 듣는 것 만으로도 최고의 사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박지성 김민지는 연결해주면서 왜 정작 본인 연애를 못 하나? 부럽지 않나?
"이젠 정말 연애를 하고 싶다. 그런데 소개팅이나 미팅은 해본 적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할 것 같다. 알던 사람과 만나는 게 좋은데, 지금까지 사귀었던 사람들의 스타일이 다 달라 이상형을 꼽기도 힘들고. 어떤 여자를 만나고 싶은지 묻는다면, 개 키우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 개를 워낙 좋아하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있어 아직 못 키우고 있다."
-최근엔 훈훈한 기부 소식이 들렸다. K리그 유소년 축구에 기부 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SBS 아나운서실엔 외부에서 번 돈을 기부하는 문화가 자리 잡혔다. 추가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을 얻게 된 성격에 맞게 써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기부금은 축구 게임 제작에 참여해 벌게 된 돈이다. 축구로 번 돈이기에 축구를 위해 썼을 뿐이다. 앞으로도 목돈이 들어오면 그 돈의 성격에 맞게 기부 할 생각이다."
-외할아버지는 독립을 도우셨다고.
"해방 직후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어 내가 겪은 추억은 없지만, 내가 다닌 중앙고등학교 선배시라고 들었다. 나는 '뺑뺑이'로 들어간 학교인데, 외할아버지는 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독립운동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당시에도 상당히 사회비판적이셨던 분이었다고 한다."
DF. 누굴 만나도 호흡 척척, 'SBS의 리베로'
-차범근 위원이 SBS를 떠났다. 추억이 많았을 텐데.
"SBS에 오기 전까진 월드컵 본선 중계 위주로만 하셨는데, SBS에서 정말 일을 많이 해주셨다. 올림픽도, 여자축구 해설까지 맡아주셨다. 워낙 힘들게 SBS로 모셔와 모두가 극진히 대하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축구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점이나, 식탐이 많은 점, 고기를 밝히는 점 모두 나와 비슷해 금방 친해졌다.(웃음) 선수로서도 최고였지만 해설자로도 최고였다. 자신이 확인하고,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신다. 때문에 정말 많이 공부하신다. '인간 차범근'에게도 '축구인 차범근'에게도 많이 배웠다."
-그렇게 많이 가르쳐준 분을 서슴없이 디스 하던데.
"디스 당하는 걸 은근히 좋아하신다. SNS로 희화화해서 반응이 좋으면 그걸 즐기시는 게 느껴진다. 차 위원은 박문성 해설위원과 다르게 워낙 위엄이 있어서 아무리 세게 디스 해도 생채기가 안 난다. 오히려 디스 하기 편하다. 이상한 게 올라가면 "야!"하면서 웃는 정도다."
-박문성 해설위원과의 디스전이 유독 재미있다. 화 낸 적은 없나.
"화를 낼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중계 콤비가 된 후부터 맹렬히 디스 해 주니 캐릭터가 살더라. 그 전에는 구시대 캐릭터 느낌이었다. 오글거림도 없어지고.(웃음)"
-원래 스포츠 캐스터가 꿈이었나.
"스포츠는 그냥 생활 속에서 좋아했지 일로 하게 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형(배우 배성우) 영향으로 영화 쪽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그 쪽으로 대학을 가려고 했다가 담임 선생님께 크게 혼났다. 학교 내에선 그나마 성적이 괜찮았던 놈이 좋은 대학 가려고 안 해서 답답해 하셨던 것 같다. 어쨌든 대학교에 들어온 뒤에도 계속 영화 쪽을 준비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아나운서는 어떻게 꿈꾸게 됐나.
"전공을 살려 광고 공모전에 많이 응모했는데, 넣는 것마다 다 당선됐다. '광고 쪽에도 재능이 있구나' 착각을 했고, 프레젠테이션을 더 잘 하고 싶어 스피치아카데미를 찾았다. 그런데 나만 학생이고 전부 다 연배 높은 실무자들이더라. 반면 옆에 있는 아나운서반은 분위기가 달랐다. 다 내 또래고, 성비도 좋았다.(웃음) 그 때 아나운서반에 등록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어떤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기보단 그냥 흘러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날 아는 사람이나 가족들이 '일 참 잘했구나' 인정해주는 정도였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중계방송을 많이 챙겨보면서 '저런 얘기는 왜 할까? 왜 저렇게 모를까?' 불만이 많았었는데, 스스로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면 딱 그때까지만 하고 싶다."
MF. 거침없는 '폭소 드리블'
-항상 즐겁게 사는 것 같다. 원래 재미있는 사람이었나?
"스스로 웃긴 사람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웃음이 부족하게 살아온 것 같진 않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그 언어 체계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방송에서 쓰니 신기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오히려 웃기고 싶어서 노리고 대사를 치면 반응이 싸늘하다."
-'따봉'은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
"스포츠뉴스 앵커를 맡은 첫날 클로징 영상으로 차범근 위원이 '말춤'을 춰 주셨다. 고마움의 표현을 겸해 따봉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그 뒤로 계속 따봉으로 뉴스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따봉을 자제했다."
-SNS에선 코멘트와 잘 맞는 견공 사진들로 웃음을 준다.
"오래 함께 살던 반려견에 대한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 이름이 '솔티'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2년을 같이 살다가 지난 2001년 8월 7일 세상을 떠났다.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안치한 뒤 너무 속상하고 괴로워 이틀 동안 잠만 잤다. 깨고 일어나니 다음날 KBS한국어능력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보러 갈까 말까 하다가 갔고, 그 시험 성적으로 아나운서 시험을 봤다. 솔티가 더 살았다면 간호하느라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러 안 갔을 거다. 그랬다면 지금 아나운서가 됐을까 싶다."
GK. 야신도 울고 갈 '철통 방어'
-아나운서 치고는 SNS를 많이 하는 편인데, 탈이 안 난다.
"실수 하면 SNS를 그만 둘 생각이다. 감 떨어졌다는 거니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하지만 팔로워가 가장 많은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하다. 트위터는 주로 축구 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중계 안 맡는 경기를 볼 때는 일반 축구팬처럼 트위터로 중계도 한다.
-말 많으면 실수도 한 번쯤 할 법 한데.
"원래 실수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를 종종 쓰다 보니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선배 캐스터들은 불안해 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모르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어렸을 때부터 웬만한 스포츠는 다 보고 살아서 스포츠에 대해선 자신 있었다."
-열애설도 보통 SNS로 흐르는데 SNS로 방어를 했다. 지난해 동료 박선영 아나운서와 열애설이 터졌을 때 일부에서는 "잘 어울리는데 이 참에 잘 해보라"는 응원도 있었다.
"방송인끼리의 조합은 썩 적절한 것 같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서로 너무 잘 알기도 하고. 여자 아나운서는 동료로서 친하게 지내는 건 좋지만, 이성으로서 넘보면 안 되는 것 같다."
-트위터를 언제부터 즐겼나.
"솔직히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처음 할 때는 "내가 이걸 왜 해야 되나" 싶었다. 당시엔 스마트폰도 없어 현지에서 사진과 코멘트를 문자메시지로 한국에 보냈고, 그걸 담당 부서에서 올려주는 식이었다. 휴대폰 요금이 100만원이 나와서 울 뻔했다. 나도 똑같은 월급쟁이인데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가끔 컴퓨터를 켜 확인해보면 팔로워가 엄청 늘었고, 반응도 좋았다. 소통하기 참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이 돼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다."
-회사에서 SNS 잘 쓴다고 격려 좀 해 주나.
"SNS를 독려 하는 분위기 속에 좋은 활용 사례로 꼽힌다. 감사하지만 회사가 가끔 내 소셜 파워를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일 때는 모르는 척 할 때도 있다. 홍보팀에서 공식 계정 글을 RT해 달라는 부탁이 왔는데 "예~" 대답만 해 놓고 안 한 적도 있다. 팔로워들은 대부분 축구팬이고 재미로 하는 분들인데 회사 정책적인 내용을 전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야구 중계를 해도 잘 할 것 같은데?
"야구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축구 중계를 하면서 야구 중계를 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개인적으론 축구 중계를 오래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미식축구를 즐겨봤는데, 미식축구 중계는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
FW. '헛발질'도 경기의 일부
-김민지 아나운서 디스는 많았는데, 장예원 아나운서 공격은 아직까지 헛발질이다.
"'풋볼 매거진 골'의 진행 분위기는 가차 없이 '까는' 분위기다. 틈만 보이면 덤벼든다. 장예원 아나운서도 빈틈이 보이면 바로 물고 흔드는데 의외로 준비를 잘 해 온다. 얼마 전 한 번 NG를 낸 틈을 타 쥐 잡듯 잡아봤는데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빈틈을."
-브라질월드컵 시청률이 저조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만회해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종목 중계도 자신 있나?
"축구 중계로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 중계했던 스포츠는 비치발리볼이다.(웃음)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펠프스 금메달만 대여섯 개 걸어줬다. 하계 동계올림픽들을 두루 경험해가면서 비인기 종목들 중계도 많이 했고, 또 안 해본 종목도 준비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금메달 소식 10개 정도는 직접 전하고 싶다."
-KBS에 합격하고서도 SBS에 시험을 본 이력이 독특하다.
"KBS에 입사 했을 때 우리 기수에게는 '5년 정도 지방에서 있으면 서울로 올 수도 있다'는 애매한 조항이 있었다. 이 조항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시작했는데, 지방에 가 있어보니 서울에 오기 참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가 분명하기도 했고. SBS에 와 신입 때부터 스포츠 캐스터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만 봐도 참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프리랜서로 활동해도 잘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결국 예능 프로그램의 연예인과 같은 역할이 필요한데, 개인적으로 현재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는 나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 본연의 업무, 특히 스포츠 중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에 만족한다."
-아나운서를 그만 둔 뒤엔 어떤 삶을 살고 싶나.
"그래도 어릴 적부터 꿈 꿔왔던 영화 쪽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 학생 때부터 다양한 C급 시놉시스를 써 놓기는 했는데 아마 실제 가치가 높지 않을 것 같다. 미래의 제작 투자자들에게 상처 입히지 않을 정도의 시나리오는 한 번 꼭 써보고 싶다. 형이 몸값을 많이 올리면 그때 가서 형을 반값에 캐스팅 하겠다.(웃음)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생각해보려 한다. 우선 아나운서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 하겠다."
기획·글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사진 김주영기자 will@hk.co.kr
보조출연 및 속기
김상우 인턴기자 (광운대 미디어영상 4)
위용성 인턴기자(동국대 문예창작학과 3)
디자인 한규민 szeehgm@hk.co.kr
프로그래밍 김태식 ddasik99@hk.co.kr
*브라질 뺨치는 더위 속 촬영에 호날두로, 수아레스로 빙의해 땀 흘려주신 배성재 아나운서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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