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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학생들 위한 수업"…분리만 하고 맞춤형 교육 안 돼

입력
2014.08.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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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뒤처지는 학생에게 별도의 관심을 기울이는 학교들은 대부분 방과 후에 남겨 가르치거나 따로 반을 구성해 수업(수준별 이동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학습부진아 교육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분리만 할 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진행하는 충남의 한 초등학교 이모 교사는 “애들이 하도 안 와서 간식을 준다고 꼬셔서 남기면 프린트 몇 장 나눠주고 문제를 풀리는 게 전부”라며 “이렇게 하는 게 그 아이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공부가 싫은 학생 입장에서는 공부를 더 하라는 게 지긋지긋한 것이다.

학생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겠다고 도입된 수준별 이동수업도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 A양은 수준별(상ㆍ중ㆍ하)로 반을 나눠 진행되는 수학 수업 첫 시간, 교사로부터 “어차피 너네 공부하고 싶은 마음 없지? 우리 수업하지 말고 그냥 놀자”는 말을 들었다. A양은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겠다는 애들만 따로 문제집을 갖고 와서 혼자 풀고 선생님께 물어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한 번 하반은 영원한 하반으로 머물 뿐 부진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학교가 상ㆍ중ㆍ하반으로 나눈 뒤 상반에만 혜택을 몰아줄 뿐 하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안정선 서울 경희중 교사는 “하반일수록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적은 수의 아이들을 제일 실력 좋은 교사가 가르쳐야 한다”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노력이 따라야 하지만 학교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6개 광역시 191개 고교의 수준별 이동수업 현황 자료를 보면 상반은 정규교사가 가르치고, 하반일수록 기간제교사나 보조교사ㆍ강사가 가르치는 경향이 뚜렷했다. 수업은 따로 하면서 평가는 똑같이 하는 것도 하반 학생에게 불리하다.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다 보니 방과 후 보충학습이나 수준별 이동수업은 공부 못하는 학생의 학습의욕을 오히려 꺾는다. 안 교사는 “중반 아이들은 열패감과 ‘잘해야지’하는 의욕이 뒤섞여 있지만, 하반 학생들은 더 이상 갈 데도 없고 열심히 해 봤자 ‘어차피 하반’이라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서로 보고 배우면서 동기부여가 되는 기회를 차단하는 문제도 있다. 김영숙 서울 창천중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 보고 배우는 게 많은데 하반은 다같이 하향화된다”고 말했다. 이화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급이 높아지면서 학력격차가 심해지면 수준별 이동수업을 쓸 수는 있지만 특수교육도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추세에서 어린 학생에 대한 분리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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