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준 돈은 임금 아닌 수수료,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재능교육 前교사에 패소 판결… 노동계 "시대 역행하는 판결" 비판
1심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던 학습지 교사들이 항소심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법적 노동자 지위 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윤성근)는 전직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1심 재판부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 학습지 교사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지만, 노조법상으론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이유는 학습지 교사들에게 ‘경제적 종속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돈은 회사의 지휘ㆍ감독 하에 일하면서 대가로 받는 (통상의) 임금이 아니라, 업무 이행실적에 따라 차등 지불된 수수료일 뿐”이라며 “출퇴근 등 실질적 관리 감독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지급된 수수료는 노조법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용종속관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와의 일반적인 종속이 필요하지 않은 노조원에게도 ‘사용종속관계’를 적용할 수 있고, (이들이 받은 돈은) 노조법이 규정하는 ‘임금에 준하는 기타수입’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었다. 같은 노조법을 두고 항소심은 법 원칙에 따른 원론적인 해석을, 원심은 법 취지에 따른 적극적인 해석을 내린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능교육 노조에 대해서도 “노조법상 재능교육 교사들이 근로자가 아닌 이상, 이들이 속한 조합도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재능 노조가 노동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정이 있어도 (법리적으로는) 노조라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 판결로 재능교육 교사들은 1심 판결로 인정받은 ‘부당해고의 불법성’도 다시 다퉈야 하는 처지가 됐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항소심 판결이 시대를 역행했다”고 비판하면서, 구몬, 대교 등 다른 학습지 교사 노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에선 이번 판결로 재능교육 노조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법외노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당장 고용노동부는 판결문 분석 후 재능교육 노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재능교육 사측은 “법으로 노동 3권을 인정받는지 여부를 떠나 실체적 노조를 결성했기 때문에 7월 맺은 단체협약을 준수하고, 노조원과 전임자 활동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조현주 변호사는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법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노동자들을 사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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