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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와도 지각 안 해… 아침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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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와도 지각 안 해… 아침이 달라졌어요"

입력
2014.08.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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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정 30분 늦춰져 여유 넘쳐, 일찍 나온 학생 위해 도서관 개방

일부 학생·학부모들은 불만 "하교 늦어져 학원 공부엔 차질"

경기도교육청의 오전 9시 등교 정책을 25일 처음 적용한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오전 9시에 맞춰 등교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의 오전 9시 등교 정책을 25일 처음 적용한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오전 9시에 맞춰 등교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잠도 충분히 자고 아침도 먹을 수 있어 좋아요”

경기 의정부여중 3학년인 나경민(16)양은 25일 평소대로 오전 8시쯤 잠에서 깼다. 예전 같으면 허겁지겁 교복을 챙겨 입고 등교하기 바빴지만, 이날은 달랐다. 엄마가 챙겨준 따뜻한 밥까지 먹고도 시간이 남았다. 학교가 전국 처음으로 ‘오전 9시 등교’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9시 등교가 첫 시행된 이날 의정부여중 학생들의 표정에선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애초 오전 8시 30분까지 등교해 8시 40분 수업을 시작했던 학교 일정이 30분씩 늦춰져서다. 도혜민(14ㆍ1학년)양도“평소보다 집에서 20분 늦게 출발했다”며 “오늘은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앞으론 꼭 챙겨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제안한 정책이 실현된 데 대한 만족감도 컸다. 9시 등교는 지난 6ㆍ4 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이 학교 3학년 박효정(16)ㆍ장유진(16)ㆍ박효선(16)양이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정책 제안이 시발점이 됐다. 박양 등은 “사회과목 ‘지방선거 토론수업’에서 새 교육감에게 바라는 내용을 모았는데 아이들이‘9시 등교’를 가장 많이 원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의 바람을 정책으로 만든 도교육청은 지난 14일 9시 등교 시행계획을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옛 지역교육청)에 공식 통보했고, 의정부여중이 20,21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날 첫 시행한 것이다.

의견 수렴 당시 의정부여중의 9시 등교 찬성률은 학생 70.9%, 교사 74.5%, 학부모 66.7%였다. 박양 등은 “초등학교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라며 “일찍 나온 학생들도 도서관에서 같이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여중은 일찍 등교한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과 상담실을 개방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의정부여중의 의견 수렴과정에서도 ▦학업 시간 부족 ▦학원 시간과의 연계 ▦맞벌이 부부 출근 문제 ▦생체리듬 변경 등 20여가지 걱정이 쏟아졌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쯤 교문에 들어선 허모(14ㆍ1학년)양은 “부모님 출근 때문에 이맘때 와야 한다”며 “교실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친구에게 빨리 오라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등교한 송모(15ㆍ2학년)양은 “집이 멀어서 별차이가 없다”며 “학원에 다니는 애들끼리 하교가 늦어져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3학년 학부모인 임모(53ㆍ여)씨는 “학업이 뒤쳐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여중 이충익 교장은 “청소년기 적절한 수면과 휴식, 과중한 학습부담 경감으로 오히려 학습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9시 등교 시행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교육과정지원과 이정임 장학사는 “학교에 강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몇 개교가 참여하기로 했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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