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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2군은 없다… '진짜' 선수 만드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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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2군은 없다… '진짜' 선수 만드는 투자

입력
2014.08.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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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기자에게 모구단 A선수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부진을 거듭하다 2군에 내려간 그는 자신이 묵고 있는 모텔 방안을 이곳 저곳 찍어 보냈다. “도저히 여기에 못 있겠다. 당장 1군에 올라가야지….” 처음 2군행 통보를 받고서 감독, 코치에 대한 욕을 쏟아내던 그는 며칠이 지나자 “여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기자는 그런 A에게 “몇 경기 잘 던지면 분명히 1군에서 호출할 것이다. 힘내라”는 말로 위로를 보냈다.

프로야구 각 구단이 앞다퉈 2군에 투자하고 있다. 16.5㎡(5평)짜리 어둠침침한 모텔 방에서 잠을 자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올해만 두산, LG가 경기 이천에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2군 구장을 새로 지어 언론에 공개했다. 한화는 2012년 11월 충남 서산에, KIA는 지난해 전남 함평에 2군 훈련장을 완공해 유망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육성 시스템이 가장 잘 짜여있다는 삼성은 아예 3군 훈련장까지 따로 지었다.

유행처럼 번진 2군 훈련장 건립은 프런트의 의식이 바뀐 탓에 가능했다. ‘남의 떡(타 구단 선수)이 커 보인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우리도 키워서 쓰자’고 자기 반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구단주들의 관심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이 2009년 구단주에 이름을 올리자 마자 “2군 구장을 싹 뜯어 고쳐라”고 지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른 구단이 부러워하는 멀쩡한 구장을 리모델링도 아닌 새로 지으라니. 매년 두산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고교 야구 선수들의 기량 미달도 구단의 변화를 이끌었다. 과거 각 구단 스카우트는 대개 비슷한 ‘눈’으로 유망주를 뽑았다. 투수의 경우 ①제구력 ②유연성 ③타자와의 승부요령 ④대담성 ⑤성격 ⑥부상 경력 ⑦가정환경 ⑧직구 스피드가 체크 리스트였다. 타자는 ①배트 스피드 ②변화구 대처 능력 ③장타력 ④정확성 ⑤송구능력 ⑥기동력 ⑦가정환경 ⑧선구안을 살폈다.

그러나 요즘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재목이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다. 이 때문에 각 구단들은 ‘진짜’ 선수를 만들기 위해 최대 3~4년은 투자할 각오를 하고 있다. 야구 스타디움, 보조 경기장, 실내 연습장, 클럽 하우스, 1인 1실 숙소, 1군에도 없는 생체 분석실 등이 2군에 있는 이유다.

어느덧 구단들은 제구력(투수), 배트 스피드(타자)위주가 아닌 고교 선수들의 습득 능력, 열린 마인드를 큰 비중으로 살펴보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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