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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드러낸 동영상도 버젓이… 낯 뜨거운 성형후기 마케팅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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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드러낸 동영상도 버젓이… 낯 뜨거운 성형후기 마케팅 극성

입력
2014.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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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수술 해 줄 테니 사진 올려라" 성형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험담 쓰게 해

광고성 후기 명백한데도 보건당국 "의료법 적용 애매" 손놔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 내걸린 병원 홍보물. 김주영기자 will@hk.co.kr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 내걸린 병원 홍보물. 김주영기자 will@hk.co.kr

‘가슴성형 1주년 후기-흉터가 아물고 있고 부작용도 없어요.’ 필명 ‘유라’를 사용하는 한 20대 여성은 올해 5월 말 포털사이트 가슴성형 전문 커뮤니티에 이런 글과 함께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찍은 자신의 양쪽 가슴 사진을 게재했다.

그가 상반신을 그대로 노출한 이유는 이 커뮤니티가 벌인 ‘무료 가슴성형 이벤트’ 조건 때문이었다. ‘1년간 수술 부위를 노출하고 당당한 일기를 쓴다’는 계약서에 서명한 그는 지난해 5월 가슴 확대수술 후 매달 가슴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 ‘성형일기’ 게시판에 올렸다. 그의 성형일기에는 병원장 상담 장면은 물론 수술 직후 장면 등도 담겼다. 인터뷰 영상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G병원 이름과 병원장의 가운에 새겨진 이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성형외과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성형모델’을 모집, 수술 전후 사진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등 도를 넘는 마케팅 상술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이런 수술 후기 형태의 마케팅은 성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의료법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허점을 틈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유라’씨가 사진을 올린 이 커뮤니티에는 현재 성형모델 12명이 자신의 가슴 사진 등이 담긴 성형일기 20건을 올려놓고 있다. 대부분 ‘유라’ ‘효성’ 등 특정 신체부위로 유명한 인기 걸그룹 멤버의 이름을 빌려 사용하는 일반인이다.

Y성형 커뮤니티는 대놓고 노골적인 노출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운영자는 ‘상의를 탈의하고 과감하고 리얼한 가슴사진 및 동영상을 등록할 수 있다’는 낯뜨거운 공지를 게시판에 올렸다. 이 커뮤니티에는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내고 수술 경과와 촉감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무려 100개 이상 게재돼 있다. 지나친 노출 사진이 포털사이트 모니터에 걸려 삭제됐지만 이를 비웃듯 얼마 후에는 가슴 후기 전용카페가 별도로 생기기도 했다.

기자가 24일 가슴수술 일기를 쓴 여성에게 수술과정을 묻는 쪽지를 보내자 ‘별’ 표시로 강조한 병원 이름과 수술비를 알려주는 답장이 돌아왔다. 평범한 후기가 아니라 견적까지는 내주는 명백한 광고임이 드러난 셈이다. ‘가슴성형’으로 검색하면 포털 별로 성형후기 커뮤니티가 1,700~8,000여개나 검색된다. 이런 마케팅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성형모델 전문 모집 사이트도 2년 전 등장, 급증하고 있다. F사이트에는 자신의 주요 신체부위 사진을 올려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해달라는 지원자만 1년 새 360여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100여명이 수술을 받았다. 물론 이들 모두 수술 전ㆍ후 사진과 병원명이 들어간 사진, 동영상 등을 찍었다.

일부 성형외과는 자체적으로 무료 또는 할인 이벤트를 통해 성형모델을 모집, 그들의 신체를 여과 없이 홈페이지에 노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B성형외과는 수술 받은 사람들의 가슴과 엉덩이 사진 200여건을 게재했다.

성형 마케팅이 도를 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광고성 후기가 명백한데도 의료법에 명시된 광고로 보기 어렵고 사전심의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의료법상 온라인 포털 배너광고 등에서 상의 탈의나 선정적 단어 등이 드러난 광고는 제재대상이지만 경험담 후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환자의 치료 경험담은 10만명 이상 접속하는 포털에 노출해선 안 되는 규제대상이다. 그러나 게시자가 자발적으로 올리고, 게시글을 커뮤니티 회원만 볼 수 있게 제한했다면 광고 사전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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