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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사 갈등 팽팽, 가을 투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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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사 갈등 팽팽, 가을 투쟁 시작되나

입력
2014.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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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국민銀

임영록ㆍ이건호 경징계 그치자 노조 "민ㆍ형사상 책임 묻겠다"

외환銀

하나銀과의 조기통합에 반발 노조, 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

금융노조 "내달 3일 총파업"

임금 6.1% 인상 등 요구, 내일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

#22일 KB국민은행 노조는 ‘대한민국의 금융은 죽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21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경징계를 결정하자 노조는 “금감원의 징계권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노조는 집안 싸움을 벌인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민ㆍ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까지 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앞에 3,500여명의 외환은행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전날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하나ㆍ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공식화한 데 반발하며 ‘조기합병 분쇄 결의대회’를 연 것.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중앙노동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지도부가 삭발을 단행했다.

은행권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주 전산기를 둘러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을 이유로, 또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ㆍ외환은행 조기 통합 추진을 이유로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장기간 경영 공백을 딛고 조직을 추스려야 할 KB금융에게나, 갈수록 악화되는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조기 통합을 매듭짓길 원하는 하나금융에게나 넘어서기 만만찮은 장벽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금융노조는 9월초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은행권 전체가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달 중 각각 이사회를 열고 통합 결의 및 계약서 승인을 거친 뒤 두 은행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조기 통합의 관건은 갈수록 투쟁 강도를 높여가는 노조를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느냐다. 노조는 2012년 2월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2ㆍ17 합의서에 서명한 금융당국까지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돌파가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은 “노사합의서 없이는 합병 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에게는 내줄 것은 없이 챙길 것만 있는 밑질 것 없는 싸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 통합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작업도 만만치가 않다. 당장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외환카드 분할과 관련해 정보관리에 문제가 있다며 인가 신청을 반려할 것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금융위원회에 22일 제출했다.

갈 길 바쁜 KB금융그룹 역시 노조를 달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경영진의 갈등으로 시작된 주 전산기 교체 문제는 금융당국의 ‘제재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심각한 경영 공백을 초래했다. 비록 두 수장 모두 경징계를 받긴 했지만 이런 사태까지 초래한 경영진의 책임을 노조가 묻고 나서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서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서둘러서 노조 끌어안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영 불안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18개 은행을 포함한 37개 금융기관의 지부로 구성된 금융노조가 이들 대형은행과의 연대투쟁을 약속하는 한편 14년 만의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임금 6.1% 인상, 여성 할당제 정착,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직원 처우 문제와 함께 관치금융 척결, 낙하산 인사 재발방지 등의 요구들이 맞물려 있다. 금융노조는 26일 조합원 찬판투표를 거쳐 9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 만약 의결이 된다면 2000년 7월 이후 14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이 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만연한 관치금융으로 금융산업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조합원의 고용안정이 위협받고 있어 현안이 걸려 있지 않은 지부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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