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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영산회상 만나...웃음보 터진 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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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영산회상 만나...웃음보 터진 국악

입력
2014.08.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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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 10주년 맞아

손맛 나는 연주력에 방점

9월 12일, 10월 1~2일 콘서트

시연회에서 ‘소리’를 연주하고 있는 조혜정(해금), 여수연(해금), 서수복(장구). 국립국악원 제공
시연회에서 ‘소리’를 연주하고 있는 조혜정(해금), 여수연(해금), 서수복(장구). 국립국악원 제공

작곡가이기도 한 류형선 예술감독이 이 자리가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연주력만이 유일무이의 자랑거리라 자부해 온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창작력까지 과시한다. 두 차례에 걸쳐 여는 콘서트 ‘이면(裏面)을 빚다’. 9월 12일 공연은 ‘나무 곁에 눕다’, 10월1~2일 공연은 ‘이면의 숲을 거닐다’라는 별도의 제목을 붙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두 다섯 곡을 연주한다. 그 중 묘한 어감의 곡 ‘숙흘별곡(肅*別曲)’을 보자. 제목의 숙흘은 스쿨(school)이란 외래어를 음차한 것인데 단원들이 한국인이라면 학교 가서 맨 먼저 배우는 노래인 ‘학교종’을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들려준다. ‘학교종’의 테마가 ‘영산회상 불보살’ 선율로 틈입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숫제 안방마님 행세를 한다. 꼿꼿한 자세로 왜장치듯 연주하는 단원 일곱 명의 모습에 객석은 과연 터질듯한 웃음보를 간수하기 힘들다(제목의 ‘흘’자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뜻이다).

류 감독이 “’숙흘별곡’이 연주 당일에 조차도 완성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한 것은 이번 무대가 한없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만큼의 연주력을 대외적으로 증명해 보자는 것”이라고 무대의 의의를 밝혔다. 그의 말은 연주력을 연주 테크닉과 혼동하지 말자는 일종의 주문이다. 작곡과 연주가 분리된 서구음악의 관습적 시스템을 반성하고 “연주자가 손맛으로 작곡한 작품의 가치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그는 “작곡과 연주를 분리하는 것은 서양 음악, 그 중에서도 고작 300년 동안 지속된 관습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에서는 ‘아리랑을 펼치다’ ‘기억’ ‘소리’ ‘빛을 향해’ 등도 연주된다. 이 중 ‘아리랑을 펼치다’는 해주 지방의 아리랑에 근거, 2009년 25현 가야금 3중주를 위해 작곡했는데 이번에 연주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며 공동 편곡해 저음 선율이 인상적인 곡으로 바꿨다. ‘기억’은 이건용 작곡의 ‘한오백년’을 최보라 등 세 명의 가야금 주자가 편곡한 것으로 반음계적이기까지 한 생황의 선율이 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소리’는 미국 작곡가 도널드 워맥의 ‘소리’를 해금 2대와 아쟁 및 타악기의 곡으로 바꾼 것이다. 해금, 첼로, 장구로 연주하던 곡에 손가락으로 아쟁을 뜯는 새로운 주법과 편성을 추가했다. 2009년 지은 ‘빛을 향해’는 4박자 계열의 리듬과 플라멩코 춤까지 넣는 등 기존 국악에 없던 재료들을 추가함으로써 국악기가 얼마나 리드미컬한지를 확인시켜 준다.

이제껏 외부인을 상대로 시연회를 거의 하지 않았던 악단이 공연을 앞두고 두 차례 시연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 무대를 그만큼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공연을 앞두고 류 감독은 “국악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문제를 정면 의제로 설정한 것”이라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국립국악원예악당 (02)580-3300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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