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자리서 화해 제스처 불구, 주 전산기 교체 싸고 재충돌 가능성
노조 "제재심 로비 얼룩" 사퇴 압박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징계 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지면서, 두 사람은 좋든 싫든 다시 한솥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지난 두 달여간 두 사람의 골은 패일 대로 깊게 패였다. 업무 공조와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사사건건 충돌이 지속되지 않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2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상면에 위치한 한 사찰.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한 KB금융 11개 계열사 대표 등 37명의 임직원들이 1박2일의 템플스테이를 위해 자리를 같이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을 겪은 만큼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는다는 차원에서 임 회장이 제안해 만들어진 자리. 이번 갈등 이후 두 사람이 사실상 첫 대면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두 사람 사이에는 간단한 말만 오갔을 뿐 상당한 어색함이 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 이벤트 행사로 양측 간에 쌓인 깊은 앙금이 풀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번 갈등의 원인이 된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두고 양측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행장은 이날 “징계 결과가 나온 만큼 주전산기 교체 문제부터 이사진과 의논하겠다”며 “이번 제재로 주 전산기 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이제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 전산기 교체에 제동을 건 기존 입장을 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한국IBM이 이 행장에게 보낸 이메일에 대해 불공정 행위라며 제소까지 해놓은 상황이라 자칫 2라운드로 들어갈 수도 있다.
두 사람 간의 앙금 못지 않게 더 큰 문제는 노조와의 갈등이다. 비록 경징계로 수위가 낮아졌지만, 노조는 두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사람이 다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직원들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성낙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제재마저 로비와 정치적 산물로 무용지물이 됐다”며 “KB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명예를 선택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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