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검사들은 거악을 척결하지만, 변호사로 개업한 후에는 거악을 비호하는데 앞장서는 딜레마에 처한다. 특수수사 경력을 사장시킬 수 없어 자연스레 특수수사 피의자 변호를 맡게 되는 것이지만, 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막대한 수임료로 인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로비 사건,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사건,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 등에 다수의 전직 특수통 검사들이 변호를 맡고 있다. 대개 검사장 출신이거나 대검 중수부 등 검찰 요직을 거친 이들이 변호사로 개업하게 되면 수사 대상에 오른 정ㆍ재계 거물들의 변호사 선임요청이 줄을 잇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구나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선임계를 작성하지 않고 비공개 활동하는 ‘조커’ 변호사가 많다. 이들은 구속영장 청구를 막으면 옵션으로 막대한 성공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특수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난해 한달 수입이 7억6,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철피아 수사에 연루된 기업이 전직 검찰총장을 조커 변호사로 기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런 사건을 맡고 있지 않다”고 극구 부인했다. 이처럼 당사자가 부인하면 선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의 물밑 로비는 확인이 어렵다.
나승철 서울변회 회장은 “최근 회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5% 이상이 전관예우의 폐해가 가장 심한 영역으로 검찰 수사단계를 꼽았다”며 “특수통 검사 출신이 무분별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일원화가 아직 요원한 상황에서 특수통 검사의 ‘전관 변호사’ 변신을 비난만 할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지방 지청장은 “특수통 출신이라고 해도 무조건 거악만 변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는 개업을 해도 의뢰인을 가려서 받는다”고 옹호했다. 한 검사장은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특수수사의 생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피의자의 수사 협조를 설득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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