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 음란행위 의혹의 당사자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으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건 현장에서 찍힌 폐쇄회로TV 화면과 경찰서 유치장에서 찍힌 김 전 지검장이 동일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에게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의 발표가 나자 김 전 지검장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사건 당시 신원을 확인하는 경찰관에게 동생의 이름을 대며 검사장 신분을 숨겼고,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 전 지검장은 “가족들을 생각해 차마 그러지 못한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지만 공공 음란행위와는 별개로 거짓말을 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김 전 지검장의 행위는 전형적인 성 도착증 증세로 보인다. 심리학 전문가와 프로파일러들은 김 전 지검장이 평소 심한 스트레스와 성적 억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유사한 범죄 행위를 벌여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전 지검장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이런 반 사회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검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개인적 일탈 행위로 치부한다 해도 검찰의 무너진 윤리의식과 근무기강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스폰서 검사와 브로커 검사, 벤츠 검사 등 비리검사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성 관련 추문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검사가 절도혐의 여성 피의자와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는가 하면 법무차관이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의 동영상이 나돌아 물의를 빚었다. “검찰공무원다운 도덕성과 기강을 보여주자”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취임사가 비웃음을 사게 된지 오래다.
검찰의 비리와 추문이 반복되는 것은 스스로 기강을 바로 세우고 윤리의식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검찰은 추문이 터질 때마다 솜방망이 징계 등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김 전 지검장의 경우도 음란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움직임을 보이자 재빨리 사표를 수리했다. 대통령 훈령에는 중징계 사안에 해당하는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해 사표 수리에 의한 면직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돼있지만 번번이 어기고 있다. 법무차관의 성 접대 의혹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도 검찰은 신속한 사표 수리로 꼬리 자르기를 했다. 이번에도 오죽하면 현직 여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법무부가 징계 없이 사표를 받은 것은 부절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겠는가. 형편없이 무너진 윤리의식과 내부 기강을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내부의 추문과 비리를 감싸는 검찰의 뻔뻔스런 행태만큼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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