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콜리어 지음ㆍ김선영 옮김
21세기북스ㆍ384쪽ㆍ2만3,000원
동유럽 국가 루마니아의 의사 수는 2011년 2만명에서 2012년 1만4,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의사들이 더 많은 돈을 좇아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경제대국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주한 루마니아 의사들이 자리 잡는 곳은 주로 시골이다. 이주 국가의 의사들이 좋은 대우를 찾아 대도시로 몰리면서 생긴 의료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루마니아 의사들의 ‘탈주’는 2007년 루마니아의 유럽연합(EU) 가입으로 촉발됐다. 가입 서명 뒤 1만4,000명의 의사가 국가대신 돈을 택했다. 의료공동화 현상은 루마니아의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루마니아의 사례는 국제 이주가 지닌 어두운 속성을 보여준다. 어느 국가는 국제 이주를 통해 질 좋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나 사람을 보내는 국가는 고급인력의 유출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물리력의 작용처럼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사람들의 이동은 자연스럽다. 국제 이주를 전적으로 막을 수도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국제 이주를 이분법적 단순 논리로 긍정해서도,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혐오나 국가주의적 인식에 바탕을 둔 반대나, 다문화주의를 근거로 한 평등주의로는 이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주는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닌, 어느 정도의 이주가 적당한가라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력 유입국이 정책입안을 통해 인력 유출국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점에서 적정 수준의 이주율을 찾고 이주 인구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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