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개 폐쇄회로 TV에 찍혀 "얼굴형·걸음걸이·동선 비슷"
국과수 분석 통해 동일인물 결론… 경찰 공연음란행위 적용 檢 송치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공공장소에서 5차례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당일의 행적은 총 10개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드러났다. 사건 현장에서 찍힌 8개의 CCTV, 제주 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와 유치장의 CCTV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됐다. 제주경찰청은 22일 “CCTV 속 남성과 김 전 지검장의 소지품, 얼굴형, 신체, 걸음걸이 등 특징이 비슷하고 하나의 동선을 이루는 점, 비슷한 특징을 갖는 다른 인물이 관찰되지 않는 점 등으로 봐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CCTV 영상을 재구성해 보면 김 전 지검장은 사건 당일인 지난 12일 오후 7시 40분쯤 관사를 나와 북쪽으로 약 3㎞ 떨어진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8시 50분쯤 나왔다. 이후 1시간 가량의 행적은 드러나지 않지만 오후 10시쯤 사건 현장인 제주시 중앙로 분식점 건너편 남쪽으로 약 100여m 떨어진 모 여자고등학교 인근 건물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됐다. 초록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그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간 뒤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와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1~2분 뒤인 오후 10시 10분쯤 70여m 떨어진 상가 1층 실내 CCTV에 김 전 지검장이 다시 나온다. 건물에 들어서는 젊은 여성 2명을 뒤따라 가는 듯한 모습이다. 영상에서 여성들이 복도 끝 화장실에 들어가려다가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자 김 전 지검장은 이들을 스쳐 지나 반대편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찍힌 영상은 이후 1시간여가 지난 오후 11시 32분쯤부터 20여분간이다. 분식점 맞은편 건물의 CCTV에 그가 신체 주요 부위를 드러낸 채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는 이 시간동안 왕복 7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해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음란행위를 했다. 분식점 앞에서 2차례, 맞은 편 건물 앞에서 3차례 등 2곳에서 모두 5차례다. 음란행위를 할 때 주변에는 행인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을 집에 돌아가던 여고생 A(18)양이 우연히 목격했고 오후 11시 58분쯤 112에 전화를 걸어 “어떤 아저씨가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소속 김모 경위 등 2명이 바로 순찰차를 타고 출동, 13일 0시 08분쯤 분식점 앞에 도착했다. 경찰은 분식점 앞 테이블에 앉았던 김 전 지검장이 순찰차가 다가가자 자리를 뜨면서 빠르게 옆 골목길로 10여m 이동하는 것을 보고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13일 오전 0시 45분쯤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동생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대며 신분을 숨기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으며,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풀려났다.
경찰은 22일 “김 전 지검장을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은 법률 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 통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문 변호사는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김 전 지검장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경찰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사법절차도 성실히 따르겠다”며 “본인의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주지검장 직무대리에 박정식(53ㆍ사법연수원 20기) 부산고검 차장 검사를 임명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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