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올 시즌 LG가 4강에 오른다면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20일 시즌 첫 4위(개막 10경기 이상 기준) 에 오른 LG는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건 아니기에 ‘절반의 기적’에 성공했다. LG는 지난해 5월 말부터 시동을 걸어 11년 만의 가을 잔치에 나갔지만 올해는 그보다도 2개월 가까이 늦게 발동이 걸렸다. 시즌 출발부터 바닥에서 전전하기 시작해 6월 중순까지도 4강권과 10경기 차 가까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여름부터 힘을 내기 시작해 마침내 4강에 진입했다. 물론 이 기간 지난해처럼 대단한 성적을 낸 건 아니다. 롯데를 중심으로 중위권의 부진과 맞물려 이룰 수 있었던 결과다.
관건은 자리를 지키느냐다. 4위에 오르긴 했지만 LG부터 8위 SK까지 5개 팀의 승차는 20일 현재 1.5경기로 더욱 좁혀졌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는 형국이다. 전력 차도 크지 않기에 피 말리는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제부터 LG가 내세워야 할 무기는 바로 지난해 축적한 경험과 자신감이다. SK가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원동력은 선수들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몸에 배인 덕이다. 롯데 역시 2012년까지 5년 연속 4강에 들면서 만년 최하위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났다.
반대로 지난해 전까지 10년간 매 시즌 봄에 반짝하다가 여름 이후 추락했던 LG는 고비를 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 역시 초반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지난 시즌에도 어려웠는데 올해 못 할게 뭐가 있겠느냐”는 선수들의 여유와 자신감의 발로였다.
LG가 올해 4강에 진출하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7년과 1998년 이후 16년 만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LG의 전성기를 경험한 야구인은 “LG의 올 시즌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해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한 번과 연속은 다르다. 2년 연속 4강에 진출한다면 SK나 롯데처럼 강 팀으로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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