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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름에 빠진 스페인 두 청년 "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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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름에 빠진 스페인 두 청년 "으라차차"

입력
2014.08.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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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받고 장사씨름서 이벤트 경기

아요세 레이예스 호르헤(왼쪽), 사무엘 로드리게스 구티에레즈(오른쪽).
아요세 레이예스 호르헤(왼쪽), 사무엘 로드리게스 구티에레즈(오른쪽).

민속씨름에 푹 빠진 스페인의 두 청년이 있다.

이들은 스페인 전통씨름 루차 카나리아 선수로 자비를 들여 한국에 특별 과외를 받으러 왔다. 과외 목적은 씨름의 기술을 루차 카나리아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루차 카나리아는 규칙과 기술 등이 씨름과 유사하지만 샅바가 없다. 샅바 대신 상대의 반바지 끝이나 티셔츠를 붙잡고 경기를 한다.

아요세 레이예스 호르헤(23ㆍ스페인 랭킹 12위)와 사무엘 로드리게스 구티에레즈(26ㆍ8위)는 지난달 30일 한달 간의 훈련을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둘은 강대규 제주도청 감독과 연이 닿아 소속 팀 선수들과 땀방울을 흘렸다.

개인 직업을 갖고 클럽 팀에서 루차 카나리아를 하던 호르헤와 구티에레즈는 국내 선수들의 강도 높은 훈련에 혀를 내둘렀다. 스페인에서는 아침과 저녁 두 차례 훈련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훈련 등 네 차례 실시한다. 처음에는 빡빡한 일정탓에 고충을 토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적응해갔다.

강 감독은 “호르헤와 구티에레즈가 말은 안 통해도 쾌활한 성격으로 국내 선수들과 잘 지낸다”며 “루차 카나리아는 상체 위주의 운동이고, 씨름은 하체를 많이 쓴다. 하체 위주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더니 짧은 시간 동안 무게 중심도 낮아지고 기량이 급격히 올라왔다. 국내 선수라면 당장 영입하고 싶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0여일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22일 익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1회 대통령기 전국장사씨름대회 이벤트 경기에서 발휘했다. 대한씨름협회는 당초 예정에 없던 경기였지만 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관중에게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맞대결이라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먼저 구티에레즈가 모래판에 올랐다. 상대는 일반부 역사급(110㎏ 이하) 우승자 윤성민(연수구청). 125㎏의 구티에레즈는 힘을 앞세웠지만 윤성민의 기술에 밀려 내리 두 판을 내줬다. 그러나 구티에레즈의 패배는 호르헤가 곧바로 설욕했다. 115㎏의 호르헤는 역사급 2위 왕덕유(영월군청)를 2-0으로 꺾고 환호했다.

호르헤는 “한국의 씨름 방법과 훈련 방식을 배우러 왔는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11월 열릴 세계특별장사씨름대회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티에레즈도 “훈련량이 많아 힘들었지만 좋은 기술을 많이 배워간다”고 말했다. 약 한달 간의 한국 전지훈련을 마친 이들은 25일 스페인으로 출국한다.

한편 이날 열린 일반부 체급별 장사 결정전에서는 경장급(75㎏ 이하) 허창현(태안군청), 소장급(80㎏ 이하) 이승우(용인백옥쌀), 청장급(85㎏ 이하) 이주용(증평군청), 용장급(90㎏ 이하) 이민섭(창원시청), 용사급(95㎏ 이하) 김기백(안산시청), 역사급 윤성민(연수구청), 장사급(150㎏ 이하) 김진(증평군청)이 각각 우승했다. 일반부 단체전에서는 구미시청이 의성군청을 4-1로 따돌리고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익산=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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