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사이 실종자 7명서 47명으로 큰 비 또 내려 구조대원 철수
3·11대지진 이후 최악 재난 될 듯
일본 히로시마에서 발생한 산사태 희생자가 약 90명으로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일본에서 발생한 산사태 피해로는 최대 규모다. 일본 정부는 경찰과 자위대까지 투입해 복구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사망자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은 23일 현재 히로시마시에서 잇따른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41명, 실종자가 47명이라고 발표했다. 경찰 당국은 당초 사망자 39명에 실종자 7명이라고 밝혔지만 이틀 만에 실종자 숫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초기 실종자수가 적었던 것은 파손된 가옥에 깔리는 장면을 친족이 목격하는 등 비교적 명확한 사례만 집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후 소방 당국에는 “집과 함께 통째로 떠내려간 가족이 있다”거나 “지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잇따랐고 경찰이 소방당국과 정보를 교환하며 종합적으로 확인한 결과 실종자가 늘었다. 실종자 가운데 실제로는 무사하지만 통신 두절 등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일부 포함됐다 하더라도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산사태로 한국인 안모(75)씨가 사망하고 부인 정모(72)씨가 중상을 당하는 등 교민 피해도 확인됐다.
일본 당국은 자위대, 소방대원, 경찰 등 약 2,500명을 현장에 파견해 수색ㆍ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산사태 이후 다시 큰비가 내리고 있어 복구는커녕 구조대원들도 일단 철수하는 상태다.
이번 산사태는 일본에서는 3ㆍ11 대지진 이후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는 재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재해 안전망이 충실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현지 언론들은 천재와 인재가 겹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히로시마현에서는 1999년에 비슷한 호우 피해가 발생해 수재가 염려될 때 지자체가 피난권고를 내리도록 규정을 고쳤다. 하지만 이번 호우 때 히로시마시는 “향후 일기예보를 보면서 대응한다”는 규정의 문구에 따라 바로 피난 권고 내리기를 주저했다.
소방 당국자는 “40~50㎜의 비가 한 시간 더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를 훨씬 넘어서는 비가 내려버렸다”고 말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 재난 규정에 정해진 것보다 훨씬 많은 비가 그것도 다들 잠자고 있는 새벽 서너 시에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당국이 피난 지시를 한 것은 날이 밝고 난 뒤인 아침 8시가 다 돼서였다.
이와 관련 후루야 게이지 방재담당 장관은 21일 피난 지시ㆍ권고가 늦었던 것에 대해 재해방지법에 따른 경계구역 지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후루야 장관은 “지난해 오시마에서 비슷한 재난이 있어 결과적으로 과도할지 모르더라도 적극적으로 피난 지시를 내리도록 요청했다”며 “이번 사태는 소방 당국이 대처가 늦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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