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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명왕·사천왕 나란히 새겨진 고려시대 금강령 도봉서원서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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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명왕·사천왕 나란히 새겨진 고려시대 금강령 도봉서원서 출토

입력
2014.08.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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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유례없어… 국보급 평가

금강저·향로 등 77점도 쏟아져

범천과 제석천
범천과 제석천
오대명왕
오대명왕

사천왕
사천왕
고려 금속공예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금강령. 길이 19.5㎝. 문화재청 제공
고려 금속공예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금강령. 길이 19.5㎝. 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 유학자 조광조를 추존하기 위해 세워진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 터에서 고려시대 불교 의식과 공양에 쓰던 금강저, 금강령, 향로, 향완, 발우 등 불교 용구 66건 77점이 쏟아졌다. 모두 청동제 유물이고 땅에 묻은 커다란 청동 솥 안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금강령은 동아시아 전체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도상을 갖춘 데다 표현과 제작 기법이 지금까지 확인된 고려시대 금강령 중 가장 뛰어나 국보나 보물급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이 2012년 도봉서원 터에서 발굴한 이들 유물을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손상되기 쉬운 금속 유물이라 발굴 당시 공개하지 않고 보존 처리 작업을 거쳐 이날 공개한 것이다.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 ‘도봉서원과 각석군’으로 지정된 도봉서원 터는, ‘율곡전서’ 등 문헌기록에 따르면 영국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다. 발굴 조사는 도봉구의 도봉서원 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2012년 5월부터 9월 초까지 이뤄졌다. 이들 유물은 도봉서원 터의 중심부, 영국사의 금당이나 대웅전 자리로 보이는 건물지의 기단에서 출토됐다.

압권은 금강령이다. 금강령은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일종의 핸드벨이다. 이번에 나온 길이 19.5㎝의 금강령에는 손잡이 아래 다섯 면으로 이뤄진 통꽃 모양의 종이 달렸는데 각 면의 상단에는 밀교 도상인 오대명왕이 하나씩 자리잡고 하단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4개 면에 하나씩 있으며 나머지 1개 면에는 제석천과 범천이 나란히 조각돼 있다.

이처럼 오대명왕과 사천왕을 한꺼번에 새긴 금속공예 유물은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유례가 없다. 오대명왕은 악마를 제압하기 위해 무서운 얼굴로 분노하는 형상의 부처로, 한국 불교는 밀교가 발달하지 않아 관련 유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고려 때는 왕실을 중심으로 밀교가 성행했다. 금속공예사 전공인 문화재 전문위원 주경미 박사는 “오대명왕이 들어간 금강령은 고려 시대에 밀교 의식이 발달했음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 금강령의 조각 솜씨는 고려 금속공예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명함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작은 곡면에 각각 들어앉은 오대명왕과 사천왕, 제석천과 범천의 표정과 자세가 살아있고 아름답고 정교한 표현이 감탄스럽다. 문화재청은 고려시대 금강령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금강령의 손잡이 부분에서는 부처의 사리를 넣었던 구멍(사리공)이 발견됐다. 문헌 기록으로만 전하던 금강령의 사리공이 실제 유물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흔들면 소리가 나도록 금강령 안쪽에 고리를 걸어 매달았던 물고기 모양 방울도 함께 나왔다. 이 물고기는 입에 구슬을 물고 있는데 이 또한 보기 드문 형상이다.

금강령과 함께 출토된 다른 유물들은 금강저, 청동제 뚜껑 달린 항아리와 합, 벽걸이형ㆍ도끼형ㆍ짐승 다리 발이 달린 것 등 여러 형태의 향로, 세숫대야 모양의 의식 용구, 향 피우는 그릇, 굽 달린 사발, 발우, 대접, 숟가락 등 다양하다. 불교미술사 전공인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청주 사뇌사 터에서 나온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들과 대단히 비슷한 것으로 보아 제작 시기는 12세기 이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교 서원 터에서 불교 유물이 나온 것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과 연관이 있다. 절을 부수거나 절이 있던 터에 서원을 지었기 때문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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