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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첫 경기 승리는 머리속에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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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첫 경기 승리는 머리속에서 지웠다”

입력
2014.08.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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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예선 1회전 승리…메이저 대회론 2010년 호주오픈 임규태 이후 처음

3연승 거두면 본선 진출

아버지 정석진(49ㆍ수원 삼일공고) 감독은 전날 밤을 한 잠도 이루지 못했다. 아들 정현(19ㆍ삼일공고)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 US오픈 예선 1회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인터넷으로 대회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스코어를 보고 또 봤다. 1세트 58분, 2세트 30분이 걸렸다. 1시간28분 동안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지만 현이가 세트스코어 2-0완승을 거둬 동이 틀 무렵에서야 겨우 발을 뻗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정 감독은 21일 오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실제 정현은 평소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에서도 에이스 1개를 터뜨렸고 첫 서브 적중률은 68%에 달했다. 더블 폴트와 범실은 각각 1개에 불과했다. 정 감독은 “다만 위너샷이 1개에 그쳐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 테니스의‘미래’정현(랭킹 250위)이 2014 US오픈 남자단식 예선전을 기분 좋게 통과했다. 한국 남자의 메이저대회 예선 1회전 승리는 2010년 호주오픈에서 임규태 이후 처음이다.

정현은 어거스틴 벨로티(아르헨티나ㆍ328위)을 맞아 7-6(4), 6-2로 승리하며 생애 처음으로 참가한 US오픈 예선에서 첫 승을 거뒀다. 벨로티는 지난해 랭킹 166위까지 올랐던 선수로 올해 프랑스오픈 예선 1회전, 윔블던 예선 2회전에서 탈락했다.

정현은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7-4로 이겨 주도권을 잡았다. 두 번째 세트 초반 1-2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내리 5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바탕으로 6-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단식 결승까지 오른 정현은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 시즌 5차례 출전한 남자프로테니스(ATP)챌린지급 대회에서도 두 차례 준결승 진출로 만족해야 했다. 3개 대회는 32강, 16강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US오픈 예선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심기일전해 페이스를 회복 중이다. 줄곧 정현을 지도해온 윤용일(41) 감독은 “준비를 많이 해서 태평양을 건너왔다. 본선 1회전 진출을 목표로 한치의 빈틈도 허용치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정현 역시 “다음 시합에 집중하기 위해 첫 경기는 이미 머리 속에서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예선 3승을 거두면 본선 1회전에 나설 수 있다.

한편 정현은 테니스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부친 정석진 감독과 세살 터울의 형, 정홍(22ㆍ건국대) 모두 테니스를 업으로 하고 있다. 이들 3부자는 장호배 입상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정현은 2014년, 정홍은 2010년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고, 정 감독은 1984년 제28회 장호배에 출전해 패자전 우승을 기록하며 3위에 입상했다. 특히 장호배 58년 사상 첫 형제 우승이기도 하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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