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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노사합의 사항이 임금협상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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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노사합의 사항이 임금협상 발목

입력
2014.08.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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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해결하자며 대표소송까지 벌여놓고는…”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교섭이 진통을 겪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안건들이 많지만 노조가 통상임금 확대 적용 문제를 선결과제로 주장하면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난 14일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킨 데 이어 21일 쟁의대책위 회의를 열어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내용의 파업일정을 조율하는 등 ‘위력’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노조가 파업을 결행한다면 이번이 24번째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출범 이후 거의 매년 파업을 해왔다.

사측은 하루 전인 20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2012년 임협에서 노사가 교섭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 공감, 법에 따라 해결하기로 합의한 만큼 노사 모두 수긍할 수 있도록 판결을 받은 뒤 별도 논의체를 구성해 협의하자”고 제안하고 이날 노조 측과 제15차 협상을 재개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돌아섰다.

통상임금의 핵심 쟁점은 상여금. 노조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줄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항목보다 금액 단위가 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임금인상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 현대차 노사는 2012년 임금협상에서 ‘통상임금 대표소송 최종 판결 시 그 결과를 전 직원에게 적용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해 3월 통상임금 대표소송을 제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사측은 통상임금 문제는 이미 노사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노조의 다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그러나 한국GM이 최근 단체교섭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한 사례를 들어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GM은 7월 17일 18차 단체교섭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 같은 달 31일 최종 타결됐다.

하지만 한국GM이 이런 안을 노조에 제시한 배경을 보면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앞서 5월 29일 대법원은 한국GM의 정기상여금이 ‘정기, 일률, 고정적’이라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는 한국GM이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도 일할 계산하여 지급’한 상여금 지급기준을 근거로 고정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당시 한국GM이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채무불이행(임금체불)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상여금은 정기, 일률, 고정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며, 특정 시점 근로자에게만 주거나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해야 주는 금품은 고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국GM의 결정에 대해 지역 노사전문가는 “생산물량 감소로 잔업ㆍ특근이 없는 상황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더라도 비용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GM이 한국 주력생산 차종인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언제든 철수할 가능성이 있으며, 통상임금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현대차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밝혔다.

쌍용차도 올해 임단협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통상임금 관련 1심이 진행 중이었지만 상여금 지급기준이 한국GM과 동일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한국GM의 결정에 대해 “우리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고 고개를 젓는다. 노사합의에 따라 대표소송이 진행 중이고, 아직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데다 상여금 지급 기준도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고정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요건에 부합한지 본질적으로 따져야 하며, 그 판단은 법의 유권해석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법원은 ‘일정 근무일수 미충족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가진 기업들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상여금 지급기준이 현대차와 동일(근무일수 15일)한 대한한공과 ‘23일’인 신흥교통은 상여금의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대우버스 등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는 최근 울산공장을 방문한 유한봉 울산고용노동지청장과의 면담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원칙 없이 합의하면 국내산업 파장이 크다”면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한계점에 와 있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추가인건비 부담은 회사의 미래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으며, 소송결과와 함께 현재의 경영상황과 품질, 선진임금체계 도입 등 미래 경쟁력을 고려해 중장기적 과제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상황에 대해 이기권 노동부장관의 최근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만을 위한 임금인상이 아닌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함께 나누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강력한 조직력을 배경으로 하도급업체에 돌아가야 할 성과배분 몫을 빼앗아감으로써 원ㆍ하청업체 노동자 간 격차를 확대시켜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한국의 고용생태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제 과거와 다른 생각으로 교섭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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