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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는 어떻게 책정될까?

입력
2014.08.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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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부동산 시장에 그야말로 대목이 될 듯합니다.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가 무려 9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고 합니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라고 합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있거나 부동산 투자를 계획중인 이들에겐 그만큼 기회가 활짝 열렸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새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하면 항상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분양가입니다. 기존의 주택이야 직접 물건을 확인할 수 있고 집주인과 흥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분양을 받는 아파트는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단계이고, 실제로 입주를 하는 것은 2~3년 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분양가가 정해져 있으니 무슨 근거로 이런 가격을 책정했을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죠. 더욱이 분양가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자동차 회사가 차량의 소비자가를 정하는 기준을 낱낱이 설명해주지 않듯, 건설사들도 분양가 산정 기준을 따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경영상의 판단 등 주관적인 측면이 많이 개입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나름의 계산법은 있습니다. 전문업체를 통해 사전에 시장 조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식이 적용되는 것이지요.

통상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는데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입지입니다. 교육과 교통, 주변 편의시설, 공원 유무, 혐오시설 존재여부 등 각 요소들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따져 보고 이를 합한 후 0~35점으로 환산해 점수를 매기는 식입니다.

향후 개발계획과 금융비용은 각각 10점을 차지합니다. 백화점 마트 도로 등 편의시설의 건립 계획이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금융비용의 경우 중도금 무이자는 가점을 받는데요, 무이자란 그만큼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려 잡는 요인이 됩니다.

이밖에 입주시기, 단지규모, 단지사양, 시공사 브랜드가 5점씩을 차지합니다. 입주시기는 주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입주가 빠르면 선점 효과를 인정해 가점을 줍니다. 단지규모는 1,000세대 이상이면 가점, 300세대 미만은 감점 요인입니다. 세대가 클수록 의무적인 부대시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단지사양은 커뮤니티 등의 시설 유무이고, 시공사 브랜드는 대형사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되겠지요.

나머지 25%는 상품 특성입니다. 이 부분은 같은 단지라도 가격이 달라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상품 특성은 층, 향, 평형 등을 따지게 됩니다. 각 요소별로 100점을 기준으로 해서 5층 이상은 100, 4층은 98, 3층은 96, 2층은 94, 1층은 92점을 적용합니다. 또 남향은 100점인 반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동향은 97점을 받게 됩니다. 기존의 성냥갑 아파트를 뜻하는 판상형은 100점인 반면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탑상형이 99.5점으로 다소 낮은 것도 이채롭습니다. 판상형이 채광과 통풍, 조망에 있어 훨씬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각 항목별 점수를 합하면 최종 점수가 나오게 됩니다. 건설사들은 이를 기준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보정비율을 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평(3.3㎡)당 1,500만원인데 당시 분양 아파트는 5% 비교 우위 판정을 받아 1,575만원 정도로 분양가가 정해졌습니다. 만약 10% 감액 결정이 나면 분양가는 1,350만원이 되는 식입니다.

문제는 최종 점수를 보정비율로 환산하는 것은 철저한 건설사의 판단에 달렸다는 점입니다. 100점 만점에 90점이 나와도 주변 시세보다 감액 결정을 할 수도 있고, 낮은 점수가 나와도 분양가를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점수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고, 이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분양 시점의 부동산 경기와 수요, 공급 상황 등을 따져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을 흥정할 수 없으니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볼 수는 있겠지요. 기존 아파트를 비롯해 신규 분양 단지 중에서도 여러 곳을 비교해 분양가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적정 가격을 판단할 때는 위의 항목들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점으로 평가된 덕목들이 실제로도 유효한 지 검토해보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남향이라 하더라도 외부에 나와있어 조망권이 좋은 곳이 있고, 단지 내부라 아파트에 둘러싸인 곳도 있습니다. 견본주택과 함께 건설 현장에도 반드시 방문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분양시에 홍보하는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청사진도 관련사이트나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 분양가에 반영이 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감점 요인이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분양이 많은 5층 미만의 경우는 건설사들이 비용이나 각종 혜택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층을 선호한다면 이왕이면 이런 단지를 선택하는 게 좋겠지요.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자녀를 둔 부부라면 1층을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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