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의 사촌 격인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 전에 유럽에서 5,000년 동안 현 인류와공존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외신에 따르면 토머스 하이엄 교수가 이끄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히며 두 집단이 근거리에서 함께 살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지역에 따라 짧게는 25세대에서 길게는 250세대(2,600~5,400년) 공존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거나 피를 섞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6년간 러시아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유적지 40곳에서 수거한 뼈와 숯, 조개껍데기 등 샘플 200점의 방사성 연대 측정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 시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한꺼번에 현 인류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시차를 두고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언제, 왜, 어떻게 멸종했는지는 고고학계의 오랜 숙제였고 일부 학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른다는 가설도 내놨다.
해부학상 현대인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5만~3만년 전 유럽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다. 두 집단의 짧은 교류는 오늘날 비아프리카계 현대인이 1.5~2.1%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지니는 결과를 낳았다.
논문에 따르면 4만5,000년 전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여전히 유럽의 주인이었고 현생인류는 소수였는데, 이후 5,000년 동안 네안데르탈인은 서서히 사라져 결국 멸종에 이르렀다. 네안데르탈인에서 현생인류로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 수 천년 간 생물학적, 문화적 교류로 볼 수 있는 진보적 변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하이엄 교수는 “기존 연대 측정은 현대 입자에 오염된 샘플을 사용했던 반면 우리는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려고 뼈에서 추출된 콜라겐을 정화하는 한외여과(限外濾過) 기법을 활용했다”며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시기에 관한 가장 정확한 연구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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