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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송이는 아마 몰랐나봐… 피맥 궁합도 딱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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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송이는 아마 몰랐나봐… 피맥 궁합도 딱이란 걸

입력
2014.08.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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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편하고 다양한 조합 가능 / 20, 30대 여성 중심 인기 확산

에일 맥주ㆍ수제 맥주 안주로는 "치킨보다 피자가 어울려" 평가

피자의 치즈가 술 덜 취하게 해 서양에선 일찍이 해장 음식 애용

#1. 직장인 전미연(38)씨는 이번 금요일 전투처럼 치러질 업무를 끝마치면 저녁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생각이다. 메뉴는 일찌감치 정했다. 친구와 함께 집 근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피자를 먹으며 맥주를 들이킬 생각이다. 전씨는 “남들은 치킨과 맥주를 최고의 궁합으로 치지만 피자만큼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피자는 맥주의 다양한 맛과 조합을 이뤄 먹을 수 있다”고도 했다.

#2. 김윤선(33)씨도 피자와 맥주 조합을 선호한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한 뒤 마땅한 장소를 못 찾으면 평소 즐겨 찾는 ‘피맥집’으로 향한다. “조각으로 나눠져 있어서 맥주와 먹기 편하다”는 게 주요 이유다. 김씨는 “야외에서 먹기도 좋고 야근 중 식사 대용으로도 피자와 맥주만큼 좋은 음식과 술도 드물다”고 말했다.

퇴근 뒤 저녁을 겸해 가볍게 한잔 하려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피자와 맥주 조합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피자헛 제공
퇴근 뒤 저녁을 겸해 가볍게 한잔 하려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피자와 맥주 조합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피자헛 제공

치킨과 맥주, 일명 ‘치맥’은 국민 메뉴다. 웬만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하나 둘은 있기 마련인 치킨집이 치맥의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다.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열광한 중국인들이 주인공처럼 치맥을 먹고 싶어 장사진을 이뤘다는 보도도 나왔다. 치맥이 한반도를 넘어 중국 대륙에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는 사이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피자와 맥주의 결합을 의미하는 ‘피맥’이 20~30대 여성들의 입맛을 공략하며 조금씩 세력을 넓히고 있다.

10년 전쯤엔 피자에 맥주를 곁들이면 기행으로 취급 받는 분위기였다. 피자를 서양 간식거리 정도로 바라보던 시선이 맥주와의 결합을 별스럽게 보도록 했다. 한국에선 푸대접 받던 조합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 피자와 맥주는 매우 평범한 먹거리 조합이다. 서양판 치맥이 피맥이라 할 수 있다.

피맥의 중심지는 이태원

맥주 취향의 다변화가 피맥의 급부상을 이끌었다. 한국인이 즐겨먹고 대형 맥주회사들이 주로 내놓는 맥주는 라거(Lager)다. 강한 탄산으로 청량감을 강조하는 맥주여서 기름으로 바삭바삭하게 튀긴 닭고기와 어울린다. 소비자들이 탄산이 적은 대신 향과 맛이 강한 에일(Ale) 맥주에 입맛을 들이면서 치킨 아닌 피자에 손이 가고 있다. 에일 맥주는 치즈와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만든 피자와 더 궁합이 맞다. 음식점이나 선술집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수제 맥주도 조금씩 대중을 현혹하면서 피맥 확산에 한 몫하고 있다. 어색하게 느껴지던 피맥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진 데는 입맛의 서구화를 무시할 수 없다. 외국에서 생활해본 젊은 세대가 늘면서 피맥이 치맥의 아성에 도전하게 됐다.

피맥의 발원지는 서울 이태원이다. 외국인들이 몰리는 다국적 지역이다 보니 입맛부터가 달랐다. 외국인들을 위한 메뉴를 많이 내놓으니 피맥이 주 먹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피맥 원조’를 내세우는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더 부스’와 ‘맥파이’가 인기가 많다.

피자가 체내 알코올 흡수 늦춰

피자와 맥주의 궁합은 치즈에 따라 달라진다. 피자에 주로 쓰인 치즈에 따라 어울리는 맥주도 제각각이다. 정태영 한국 피자헛 제품개발팀 팀장은 “피자는 토핑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나는데 이에 맞춘 맥주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라거는 부드럽고 고소한 치즈가 많이 들어간 피자와 맞다. 필스너 맥주를 마실 땐 가벼운 맛이 느껴지는 마일드 체다치즈가 제격이다. 쓴 맥주 맛과 부드러우면서 쌉쌀한 치즈 맛이 입맛을 돋운다. 진한 맛의 스타우트와 페일 에일은 숙성 체다치즈와 조화를 이룬다. 밀맥주인 헤페바이젠을 즐길 때는 생모짜렐라치즈를 재료로 쓴 피자를 먹으면 좋다. 구수한 맥주 맛이 쫄깃하고 고소한 치즈와 만나 혀를 자극한다.

치즈는 피맥 유행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치즈는 체내 알코올 흡수를 늦춰 덜 취하도록 하는 메티오닌 성분도 지니고 있다(서구에서 해장을 위해 피자를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술에 덜 취하도록 하기에 사람들과 맥주를 즐기며 시간을 지내기 좋은 ‘안주’가 될 수 있다.

치즈는 저지방에 고단백질 음식이다. 치즈가 들어간 피자가 기름으로 절은 치킨보다 살찔 위험이 적을 것이라는 착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피맥은 다이어트와 영 거리가 멀다. 생맥주 500㏄당 칼로리는 190㎉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240㎉ 정도다. 피자 한 조각의 칼로리가 보통 200㎉가 넘는다. 생맥주 한잔에 피자 한 조각만 먹어도 공깃밥 한 그릇의 칼로리(300㎉)를 훌쩍 뛰어넘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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