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의 범죄자를 사전에 예방하는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처럼 재난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후변화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나 경제위기 뿐 아니라 범죄, 사고, 질병 등 사회적ㆍ인적 재난을 예측하기 위한 시도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 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부터 장성 요양병원 화재, 세월호 참사 등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대형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재난 특히, 생활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각종 재해ㆍ재난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안전한 사회 구현’을 국정목표로 재난ㆍ재해의 예방과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각종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중 국민이 주변 안전을 체감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활용한 안전정보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 오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한민국 생활안전지도 구축사업’이다.
이 사업은 작년 15개 지역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올 12월에는 100개 등 총 115개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의 안전정보를 통합해 사고와 범죄, 재난 정보를 지도 형태로 제작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사업이다. 흩어져 있던 정보가 하나로 모여 완성된 ‘생활안전지도’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각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민에게 공개된다. 정부와 일부 기관이 독차지하고 있던 안전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해 국민 스스로 재난,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공동활용 플랫폼을 연계, 통합방식으로 구축해 모든 기관에서 생활안전지도의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흩어져 있는 국민 참여정보를 위치기반으로 통합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참여 커뮤니티 매핑을 통한 지역안전공동체의 다양한 안전활동 참여가 손쉽게 돼 누구든지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요인의 문제해결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런 사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안전 선진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범죄발생지도를 구축해 지난 8년 간 범죄가 발생했던 지역과 유형을 세밀하게 분석, 범죄발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후 후속 범죄 가능성을 예측, 사전예보까지 인터넷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영국 역시 가로등, 위험시설물 등의 안전지도를 공개해 범죄 발생률을 30%나 줄였고, 일본 야마구치시(市)는 지역별 범죄율, 사건사고 빈도 등을 지도로 공개하면서 가정침입범죄율, 자전거도난, 자동차 파손 등의 감소효과를 얻었다.
일본은 지자체들이 직접 범죄통계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주민들의 방범 강화 요구에 맞춰 총무부는 방범 관점에서 ‘지역안전 맵 만들기’를 시행해 주민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사실 생활안전지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앙부처, 지원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청 등은 안전 메뉴얼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는 사람들에 의해 활용됐을 때 가치가 있다. 생활안전지도 전면 도입이 가치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시의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예측 가능한 안심사회 완성도 가능해질 것이다. 범죄지도로 악용되거나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활안전지도 전면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전은 어느 기관, 어느 한 개인이 예비하고 구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 스스로 안전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고, 기꺼이 동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내 이웃이 안전하고, 우리 마을이 안전하다면, 결국 나와 내 가족도 안전하다는 사회적인 믿음이 조성돼야 한다. 국민의 참여로 완성되는 ‘생활안전지도’가 그 믿음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운광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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